트럼프의 복귀와 중국의 이해득실
중국은 미국 내 초당적인 중국 위협 인식 때문에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중 강경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의 복귀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중 정책에 결이 다른 조정을 수반할 것이고, 이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국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의 복귀는 중국에 큰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중국에 고율의 관세 부과, 최혜국 대우(MFN) 박탈,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 멕시코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차단 등의 압박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노동인구 감소, 부동산 위기, 시진핑 1인 체제의 경직성,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수출 통제 등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나 UBS 그룹 등의 예측에 의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p~2.5%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미국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고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할 것을 공언한 만큼 대중 압박 정책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추진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압박은 중국 경제는 물론, 시진핑 집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중국이 반중 연대의 균열을 확대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선별적 개입주의와 거래적 사고방식에 따라 미국 동맹체제를 조정한다면,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추진했던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의 결속력과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에 미국의 동맹 및 협력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분열이 나타날 수 있고, 중국은 이를 계기로 한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통해서 각국과의 관계 회복 및 반중 연대의 균열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트럼프 2기를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인식할 것이다. 순수 고립주의와 선별적 개입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지원을 줄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이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이미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주요 7개국(G7)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으로 부상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경제교류 확대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에 예상되는 경제적 충격 완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 정도를 완화하기 위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시도하며 미·중관계를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중 압박 정책을 시행한다면, 중국은 국내정치 안정화를 위해서 강경하게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공산당은 대내적으로 시진핑 및 중국공산당의 통치로 인해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강한 중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선전하고 중국 내 애국주의 정서를 조성함으로써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안정을 모색해 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대해서 물러나지 않으며 '강한 중국'의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중국 내 경기 침체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희토류 등 원자재 수출 통제를 통해서 미국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확산하는 한편, 중국과의 경제교류 및 협력관계가 가져다 줄 이익과 혜택을 강조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여론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동북아 정책: 경제회복과 반중 연대의 균열 모색
중국은 트럼프 2기에 자국의 경제회복을 모색하고 미국의 대중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 호주 등 역내 선진국과의 관계 개선과 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미 2024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의 양자 및 삼자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2024년 6월 한·중 2+2 외교안보대화, 7월 중·일 외교차관 전략대화, 9월 한·중·일 관광장관회의 및 문화장관회의, 11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 11월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및 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일본 등 역내 국가들과 한·중 FTA,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등 양자 및 다자간 경제협력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탈출구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그 과정에서 미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한·미 간에는 방위비 분담금, 북핵 문제, 한국의 핵무장 등 다양한 이슈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과 갈등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 내 반중 정서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며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미 간 이견과 갈등 노출은 한·미동맹과 가치 외교를 추구했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을 조성하고 결국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추진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 한국-나토(NATO) 협력, IP4(인도태평양 4개국 :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협력 등에 소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중국의 입장에서 그것은 반중 연대의 결속력과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중국은 북한과의 거리두기를 지속할 것이고 북·중관계는 더욱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아시아판 NATO'로 발전하고 중국을 겨냥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군사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밀착은 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높임으로써 지역 내 경제교류를 제한할 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롄(大連)시 시진핑-김정은 발자국 동판 철거, 왕야쥔(王亞軍) 주북 중국대사의 북한 전승절 행사 불참,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 전원 귀국 요구 등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추진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최근 북한과 거리를 두는 중국의 태도를 볼 때, 중국은 트럼프 2기 북·미회담 가능성이 매우 낮고, 설사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와 긴밀한 중·러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역내 국가와의 관계 회복 및 북한과의 거리두기가 양안관계에서 중국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크게 확대될 수 있지만,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원은 후퇴하고 미-대만 관계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대만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 및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시위를 지속하며 대만 내에 대미 불신과 안보 불안을 조장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등 역내 국가들이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줄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민진당 정부와 대만 내 탈중국화 여론이 위축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 자제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최근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한국 경제 및 대외관계 등 여러 분야에서 어떤 이득과 위험성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은 한·중 경제교류와 인적교류 확대를 수반하고 한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한·미 교역을 제한하거나 미국 및 유사입장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상호존중의 한·중관계'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2025년 11월 APEC 회의를 계기로 시진핑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윤석열 정부에게 외교 성과가 될 수 있고, 개최 불발은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조건으로 한국에게 미·중 간 균형 유지, 대만 문제 개입 자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양자 차원에서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중국의 정책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드 사태 때와 같이 자칫 한·중관계 회복의 책임이 한국에게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향후 한국의 대중 정책을 제한할 수도 있다.
한·중관계가 회복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한·중 대화가 추진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은 북한 비핵화, 북·러 군사밀착, 한·중 경제교류 등 다양한 이슈에서 한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한·중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도 트럼프 2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의 시간으로 맞이할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