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 이름으로 된 ID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이 다수 작성됐다는 논란과 관련, 한 대표가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친윤(親윤석열)계의 진상규명 압박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2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께서 '내부 분란을 일으킬 필요 없다'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지금 당원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해야 될 문제이고 이것을 그냥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 2주가 났지만 사실은 2시간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명쾌하게 '내가 작성하지 않았고 이거 작성한 사람은 누구누구다'(라고 밝히라)"고 했다. 그는 "자꾸 당원 개인정보 얘기하는데 그건 솔직히 들을 얘기가 아니다"라며 "그러면 명태균 씨는 일반 당원인데 왜 당무감사하나. 김대남(전 행정관)은 탈당했는데도 당무감사하겠다고 서슬 시퍼렇게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께서는 아마 법률 문제로 판단을 하고, 특히 '본인과 그 가족이 작성한 댓글 내용이 법률적으로 무슨 문제냐' 이런 입장인 것 같다.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 같은데, 이것은 명예훼손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고 당 게시판을 통해서 여론조작이 있었느냐를 가지고 지금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냥 술자리 뒷담화 정도라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그것은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데 여론조작을 위해서 이리저리 사이트를 옮겨 다니면서 댓글을 올리고, 또 지지자들에게 그런 댓글이 유도가 되고, 또 매크로를 돌렸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글을 올려서 당 게시판이 특정 주장으로 뒤덮이고 그것을 언론에 보도되게 만들고, (그 결과) '당원게시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탈당 여론이 높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됐다면 그것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의원도 같은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한 대표의 언급을 겨냥해 "자중지란에 빠지지 않도록 대표님께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면 될 문제"라고 했다.
강 의원은 "대표님 가족의 명의가 도용됐느냐 안 됐느냐, 해킹을 당했느냐 아니냐, 명의를 유출됐느냐 아니냐 이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표께서는 위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본인께서는 어쨌든 사실관계를 아신다는 것 아니냐. 알고 계시면 그냥 투명하게 얘기하면 끝날 문제"라고 압박했다.
강 의원은 "한 IP로 명의를 10개, 20개 동원해서 똑같은 주제의 얘기들을 계속 올렸다, 이건 문제가 되는 거 아니냐"며 "명의를 도용해서 여론을 조작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여론을 만들어가는 내용들이 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짧은 순간, 1분 사이로 그 명의 글들이 몰려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반대편에서는 친윤계의 공세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솔직히 한 대표 반대하는 쪽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 머릿속에 그리는 사실관계 생각은 저도 비슷하다"면서도 "문제는 이게 국민의힘 전체로 보면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우리 당 전체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이걸 가지고 논란을 하는 게 맞느냐"며 "당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 행위"라고 했다. 또 "우리가 민주당을 비판할 때 무슨 '신의 사제' 운운하는 걸 가지고 세상에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냐고 얘기를 하지 않느냐"며 "저희 국민의힘도 한 대표를 비난하건 윤 대통령을 비난하건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에는 정치 지도자를 비난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가령 한 대표 본인 또는 그 가족이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했을 때, 그 분의 품격을 가지고 우리가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헌법상 권리"라며 "이 권리 문제를 가지고 수사를 하니 당무감사를 하니 하는 것은 모양이 우습다. 이 부분은 자기 마음 속에 '아, 이 분이 어떻다', '이 분의 덕(德)은 어떻다'는 평가의 영역으로 남겨두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논란은 오늘이라도 딱 끝내야 한다. 진실 파악? 중요하지 않다"며 "제발 그만 하시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에 위법이 있다면 수사가 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가족 관련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당원 신분에 대해서는 당으로서도 법적 (보호)의무가 있다"며 "위법 부분이 아닌 문제라면 건건이 설명드리기 어렵다"고만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정협의 후 기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묻자 "제가 어제 충분히 말씀드렸다. 그걸로 갈음해 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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