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8개월 영아 손가락 2개 잘렸지만, "의사 없다"며 병원 15곳 수용 거부

'진료 볼 의사 없다' 등 이유…사고 7시간 지나 수술

생후 18개월 영아의 손가락 2개가 절단됐는데도 병원 15곳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상황이 서울에서 일어났다. 손가락 접합 수술은 사고 7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고 한다. 의정갈등과 의료대란이 장기화된 가운데,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경 서울의 안 아파트에서 어머니 양모 씨와 함게 겄던 아이 이모 군이 철제 입간판에 부딪쳐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입간판에 끼어 잘려나갔다.

양 씨가 119에 신고한 뒤 곧 구급대원이 도착했지만, 구급대가 문의한 병원 15곳은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고려대안암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한양대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도 포함됐다. 수용 거부 이유는 '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등이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아이 출혈이 심해 쇼크 직전으로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상황이라 거리가 먼 지방 병원은 고려할 수 없었다"며 "서울 상급병원은 물론이고 수도권 내 대부분 접합 병원은 다 수용을 거절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군은 당일 오후 3시경 한 병원에 도착한 뒤 수술 사전 준비를 거쳐 오후 9시에 접합 수술을 받았다.

올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의 사직이 시작된 이래 10달 째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 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구급활동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19일~8월 15일(190일) 구급대가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당한 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재이송 건수'는 3017건이었다.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인 지난해 8월 11일 ~ 올해 2월 17일(190일) 2099건에 비해 약 46.3% 늘어난 수치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앞에 구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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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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