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한군 파병 인정? "조약 어떻게 운영할지 우리에 달려있어"

유사시 자동개입 합의한 조항에 대해서는 "이행에 관한 회담 개최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지난 6월 북한과 맺은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자신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경제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계기 기자회견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에 대해 "이미지는 중요한 것이다. 이미지가 있다면 무언가를 반영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면서, 북한과의 상호 방위 조항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그는 서방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환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를 확대했다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장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했다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그곳에 있고 나토 가입국 중 어느 국가 출신이며, 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우리는 북한과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으며, 북한 지도부가 우리에 대한 약속과 참여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 회담 결과로 북러 양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전문에 따르면 해당 조약 제4조에서 양측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러 양측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 이행에 관한 관련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북한군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이 다시 긴장이 높아진 데 대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정의로운 평화"를 촉구했다. 202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유엔 헌장, 국제법 및 (유엔)총회 결의안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유엔 헌장의 가치, 법치주의, 주권, 영토 보전 및 모든 국가의 정치적 독립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북한군의 파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브릭스 회원국들에게 이 기구를 유엔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단일 그룹, 단일 국가도 단독으로 또는 고립되어 행동할 수 없다.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든 것, 모든 사람에 대한 지배 논리에 기반해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한 세력들"로 인해 "보다 정의로운 세계 질서"의 출현이 방해받고 있다며 또 다시 서방을 겨냥했다.

한편 러시아 하원은 이날 북한과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을 비준했다. 이와 관련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위 조약이 제3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로지 국방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하원 의회 전체회의에서 조약에 대해 설명한 뒤 "조약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이고 제3국 안보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덴코 차관은 또 이 조약에 대해 "동북아 지역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한반도의 전쟁 재발 위험을 줄일 것이다. 또 새로운 유라시아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약은 무기한으로 체결되며 비준이 교환되면 곧바로 발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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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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