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병실 제도, '통합간호간병' 개혁이 필요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간병 문제 해결은 돌봄의 최우선 과제

현재 보호자 없는 병실 제도로 알려진 '통합간호간병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적 간병과 간병비 부담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부담하는 간병료는 하루 10~15만 원에 이르며, 병원비 부담보다 간병비 부담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이렇듯 환자와 가족에게 전가되고 감당할 수 없는 간병 부담으로 인해 돌보던 환자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간병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돌봄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통합간호간병제도로 간병 문제가 해결 안 되는 이유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전체 급성기 병원이 갖고 있는 병상의 약 20%수준인 6만 병상이 통합간호간병 병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급성기 병원 입원환자의 60%정도에서 간병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간병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정작 간병이 더 필요한 환자가 우선적으로 통합간호간병을 이용하고 있지도 못하다. 간병필요도가 높은 와상환자나 장애인 등은 통합간호간병 병상이 비어있는데도 사적 간병을 쓰도록 안내되기 일쑤다. 급성기가 아닌 요양병원은 아예 통합간호간병 병상제도에서 배제되어 있어 간병비의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길래,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걸까.

통합간호간병이 갖고 있는 문제로 흔히 간호인력의 부족이 제기된다. 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인당 10명 내외의 통합간호간병 환자를 돌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간호사가 돌보아야 할 환자가 너무 많아, 간병필요가 높은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와상 등 간병에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통합간호간병이 아닌 사적 간병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이다.

그렇다면, 통합간호간병 수가를 더 올려주고 병동에 더 많은 간호인력을 투입하면 현재 간병필요가 높은 환자들에게 우선 순위가 주어질까? 지금처럼 간병이 필요한데도 통합간호간병 병동 입실이 거부당하는 일들이 사라질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통합간호간병제도에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코 간단치 않다.

필자는 급성기 병원 입원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간호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 입원환자는 지금보다 더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인력도 과중한 환자 부담으로부터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를 늘린다고 간병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통합간호간병제도의 잘못된 설계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는 간병의 역할을 간호사가 담당하게 하는 제도이다. 환자의 청결 유지와 식사보조, 배설, 정서지원, 일상생활 지원과 같은 간병의 업무는 포괄적으로 간호의 업무 범주안에 있다. 그렇기에 간호사가 간병업무까지 담당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간병업무가 간호업무중 하나이라고 해서 간호사가 간병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제 현장의 많은 간호사들은 간병업무를 간호사의 업무로 이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는 간병 업무를 간호사가 담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간병업무를 전담할 인력('간병사' 같은)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잘못된 설계다.

더구나 통합간호간병 수가의 설계도 잘못되어 있다.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에서 간호간병 수가가 환자의 간병 필요도에 따라 설계되어 있지 않다. 간병필요도가 높은 환자에게 높은 수가를 책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간병필요도가 높은 낮든, 혹은 필요하지 않는데도, 통합간호간병 병동에만 입실하면 간호간병수가가 매겨진다. 단지 간호간병수가는 통합간호간병 병동의 간호인력의 수에 따라 차등될 뿐이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다. 간병 필요도가 적은 환자들을 선별하여 통합간호간병 병실을 채우려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말이다.

통합간호간병제도의 개혁방안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간호간병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두가지 핵심 개혁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통합간호간병제도에서 간병을 전담할 인력(소위 '간병사')을 배치해야 한다. 간병사는 간호사의 보조역할로 간병업무를 담당하며, 간병사는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처럼 국가가 규정하는 육과 훈련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자격을 갖추도록 하여 환자에게 양질의 간병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간호간병 수가는 간호인력 기준보다 환자의 간병필요도를 우선하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간병필요도가 높은 환자는 높은 수가를, 낮은 환자는 낮은 수가를 책정함으로써 간병필요도에 따른 간병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 위에 간호인력에 따라 수가를 추가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제도하에서 요양시설 입소환자의 수가가 요양등급에 따라 차등되고 인력구조에 따라 차등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위와 같은 통합간호간병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우리 사회의 간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여러 직능간의 갈등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의 조정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서비스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환자의 시각에서 간병 문제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면 말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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