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조선(북한) 지도자의 말폭탄 주고받기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전엔 "사용한다면"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엔 "기도한다면"을 쓴 게 눈에 띤다.
이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윤 대통령을 가리켜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면서 "한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려 시도한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동원하겠다"고 맞불은 놓았다. 그러자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우리의 전략적, 군사적 목표는 북한 동포가 아니라, 오직 김정은 한 명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도 더 높아졌다. 그는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무력은 모든 공격을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위협한 것이다. 특히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며 "군사력의 압도적인 대응"을 천명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깎아내렸다.
이렇듯 서로 으르렁거리며 '건들기만 해봐라'식의 설전을 보면 철부지들의 다툼이 연상된다. 다투면서 닮아가는 것도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동시에 남북 정권의 적대적 언행과 상호작용에 8천만 한반도 주민의 안위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두 정권의 무책임과 무지에 치를 떨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유사시 김정은 정권을 직접 겨냥하겠다는 경고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게 착각인 이유는 간명하다. 조선은 지도부 유고시 자동적으로 핵공격을 가하겠다는 '죽은 자의 손(dead hand)'을 핵교리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나 한미동맹이 "북한 도발시" 김 위원장 제거 작전에 나서겠다고 평소에 위협하면, 조선은 평소에도 핵전력의 '일촉즉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조선의 핵공격을 막기 위한 언사가 오히려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착각도 매한가지이다. 조선은 "적대세력"의 도발시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억제의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평소에 핵공격을 운운하면 한국이나 한미동맹은 국지 충돌에서도 조선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는 평소에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이는 국지 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유에 해당된다.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 현격한 열세에 있는 조선은 핵사용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국지전은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유혹을 다스려도 문제이다. 조선이 평소에 선제 핵사용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재래식 포탄이나 미사일을 사용해도 한미동맹은 이들 무기가 터지기 전에 운반수단에 어떤 폭탄이 장착되어 있는지 알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조선의 초대형 방사포나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시 선제적 대응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양측 모두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다"고 줄곧 말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말폭탄을, 그것도 수위를 높여 계속 던져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평소에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굳이 메시지가 필요하다면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하면 방어·격퇴하겠다'는 수준이면 족하다. 이게 최소한의,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위기관리의 기본이다.
이러한 수준을 넘어 틈만 나면 "북한 정권 종말", "핵무기 사용" 등을 운운하는 것은 위기관리 및 전쟁 방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가 또다시 중무장지대로 바뀌고, 양측에서 보내는 풍선과 틀어대는 확성기 방송으로 불안감이 쌓이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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