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흔히 공동성명과 합의문으로 평가되지만, 국민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장면이다.
2026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방문을 중국 사회가 기억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매체가 반복해 전한 것은 회담의 세부 의제나 정책 합의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 중국이 선물한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한 장의 셀카였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다수의 중국 매체가 이 사진을 보도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프레임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채, 이재명 대통령 단독 또는 화면 일부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이 편집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이 사진들, 화질이 좋지 않습니까?"
중국 독자들은 이 장면을 국빈방문의 공식 기록이 아니라, 관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감정의 신호로 읽는다.
무거운 의전의 언어보다, 정상 간 거리감이 낮아진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국 매체는 '누가 함께 찍혔는가'보다 '무엇이 찍혔는가'를 선택했다.
기술을 전면에, 권력을 후면에
중국 매체가 시진핑 주석 부부를 사진에서 뺀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 외교 보도에서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는 친근함의 상징이 아니라 권위와 안정의 기호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사진은 '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 의지의 선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방중에서 중국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결정이나 선언이 아니라, 온도의 변화였다. 그래서 사진의 중심에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 즉 샤오미 스마트폰이 놓였다.
샤오미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중국 내에서 그것은 중국 기술이 더 이상 모방이나 추격의 단계가 아니라 자신감과 완성도를 갖춘 산업으로 진입했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중국 매체는 이재명 대통령이 그 스마트폰을 들고 찍은 장면을 통해 "중국 기술이 외교의 일상적 장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권력은 뒤로 물리고, 기술은 앞으로 나왔다.
농담이 허용된 관계
APEC 기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중국 언론이 특히 반복 인용한 장면은 샤오미 스마트폰을 둘러싼 두 정상의 농담이었다.
이: "통신 보안은 괜찮습니까?"
시: "백도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중국 독자들은 이 대화를 가벼운 농담 이상으로 읽었다. 한쪽은 '보안'이라는 미국식 기술 안보의 언어를 꺼냈고, 다른 한쪽은 그 문제의식을 부정하지도, 정면으로 충돌시키지도 않은 채 유머로 흘려보냈다.
중국 언론은 이 장면을 갈등의 징후가 아니라 "서로의 의심을 알고 있지만, 대화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이 허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농담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직 관계가 닫히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셀카에 담긴 기술 현실
일부 중국 매체는 해당 스마트폰에 한국 기업의 OLED 디스플레이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의도적인 해석의 확장이었다.
중국 독자들에게 이 셀카는 중국 브랜드의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동아시아 기술 생태계의 현실을 상징했다.
경쟁하지만 단절할 수 없고, 경계하지만 배제할 수 없는 관계. 셀카는 그래서 정치적 선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말이 아닌 이미지로, '탈동조는 가능해도 탈연결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전환'이 아닌 '복원'
중국 매체가 가장 많이 인용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 문장이었다.
"我们越走越近,韩中关系就越好."(우리가 더욱 가까워질수록 한중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중국 독자들에게 이 문장은 새로운 약속이 아니라 중단되었던 대화의 재개를 의미했다. 사드 사태 이후의 냉각, 6년간의 정상 외교 공백, 말보다 침묵이 길었던 시간들이 이 문장 위에 포개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언론은 이번 방중을 '관계의 전환'이 아니라 '관계의 복원'으로 규정한다.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이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한 장면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이 본 이재명: '친중'이 아닌 '관리 가능한 지도자'
중국 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 지도자'로 소비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현실주의자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방치하지 않는 태도. 중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전략적 편입이 아니라 전략적 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은 그 최소 조건을 충족시킨 방문으로 평가된다.
셀카 이후의 외교
중국 매체가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을 사진에서 의도적으로 지운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방중을 '지도자 간 밀착'으로 과장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샤오미 스마트폰만을 남겼다. 권력의 얼굴이 아니라, 관계의 가능성을 남긴 셈이다.
외교는 사진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은 언제나 질문을 남긴다. 이 장면이 일회성 연출로 끝날지, 아니면 신뢰의 축적으로 이어질지는 그 이후의 정책과 선택에 달려 있다.
셀카는 시작일 뿐이다. 중국은 그 시작을, 아직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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