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삑사리’와 ‘헛치기’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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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 아내는 노래를 참 잘했다. 합창단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고, 방송계에서도 조금 놀다 온 경력이 있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원곡자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모창을 잘했다. 연애하기 전에 ‘홍콩아가씨’라는 노래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너무나 원곡과 똑같아서 놀랐다. 한때는 심수봉의 노래도 눈 감고 들으면 누가 부르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관계로 이제는 고음은 포기하였다. 산책을 하며 가끔 가곡이나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데, 고음이 올라가지 않으니 ‘삑사리’가 났다고 투덜거린다. 늘 사용하던 말인데, ‘삑사리’란 말이 새삼 새롭게 들려 왔다. 노래를 부를 때 흔히 고음에서 음정이 어긋나거나 잡소리가 섞이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이를 때 ‘삑사리’라고 한다.

필자는 기타를 조금 칠 줄 아는데, 가끔은 손가락을 잘못 짚어서 ‘틱’ 하고 제소리를 내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도 우리는 ‘삑사리’가 났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삑사리라는 용어를 생활 속에서 상당히 자주, 많이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느 영화(괴물?)에서도 송강호가 “화염병을 던졌는데 삑사리가 나면서……”라고 하는 말을 하였다. 이럴 경우 ‘삑사리’는 ‘잘못 던져서 목표에 이르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려 보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결국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그 어원이 무엇인지, 순우리말로 무엇인지는 알기 어려운 단어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립국어원에서는 ‘헛치기’라는 말로 순화하여 쓰자고 하고 있으나, 아무도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 짬뽕을 ‘초마면’이라고 부르자고 했는데 언중들은 아무도 그에 호응하지 않았던 것과 같다.

사실 어원을 거슬러 생각하니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처음으로 썼던 것이 기억난다. 물당구 50이라면 당구를 치는 독자들은 다 알 것이다. 처음 큐(cue)대를 잡으면 30이라고 한다. 필자는 졸업할 때까지 물당구 50이었다. 그만큼 못 친다는 의미다. 다른 친구들은 500을 치고 2000을 치는 친구도 있었지만, 필자는 돈도 없고, 흥미도 없어서 늘 구경만 하다가 어쩌다 한 번 씩 치곤 하였다. 그럴 경우 큐대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고 왼손 검지에 힘을 지나치게 많이 주다 보니, 실제로 큐대를 밀 때는 엉뚱한 곳을 찌른다. 그러면 ‘픽’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친구들은 ‘다이 찢을 뻔 했다’고 하면서 ‘삑사리냈다’고 하였다. 아마도 ‘픽샷’을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닌가 한다. 나의 불행은 친구들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친구들은 필자의 삑사리를 즐기면서 놀려댔다.

당구에서 유래한 삑사리는 금방 일상생활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다가 고음에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음정이 흔들리면 ‘삑사리’가 났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흔들리거나, 엉뚱하게 돌아갈 때도 삑사리가 났다고 했다. 예를 들면

태호는 늘 그 부분에서 삑사리를 내더라.

태호는 당구를 친지 오십 년이 넘었어도 삑사리를 자주 내더라.

태호는 기타를 잘 쳐서 웬만하면 삑사리를 내지 않아.

와 같이 쓴다. 하지만 통속적으로 대중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사전에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표현은 아니다. 그래서 ‘헛치기’로 순화하여 사용하자고 했지만, 이것은 당구 칠 때에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이미 일상에 녹아있는 ‘삑사리’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픽사리(당구에서, 큐가 미끄러져 공을 헛치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의 순화어는 ‘헛치기’가 될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쓰는 삑사리는 ‘헛기치’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할 수 없이 삑사리를 그대로 사용할 뿐이다. 다만 이러한 표현은 훗날을 생각해서 아름다운 우리말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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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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