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를 보러왔는데 꽃을 볼 수 없으니 '상상화' 축제가 됐네요."
13일 막을 올린 전남 영광 불갑산상사화축제를 찾은 한 관광객이 전한 말이다. 이곳은 8~9월에 만개하는 가을꽃이 이상기후로 인해 채 피어나지 못해, 꽃이 실종된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함평군은 제25회 함평 모악산꽃무릇축제를 지난 12일에 개최해 15일까지 운영한다. 영광군은 13일부터 22일까지 제24회 영광 불갑산상사화축제를 개최한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용천사 근처 40여만 평의 꽃무릇 군락을 배경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9월에 열리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각종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영광 불갑산상사화축제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불갑산 붉은 상사화 군락지 330만㎡를 중심으로 2001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상사화를 주제로 한 꽃길 걷기, 문화예술공연 전시, 페이스페인팅,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각종 축제 프로그램이 준비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꽃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피지 않았다.
<프레시안> 이 이날 방문한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의 꽃무릇 군락지는 대체로 빈 꽃대가 주를 이뤘고 간혹 한두 송이가 피어있는 모습이었다.
함평축재관광재단 등에 따르면,보통 축제 개막시점 개화율이 30~50% 정도지만 이날 취재진이 함평 용천사 꽃길은 구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열에 한 송이가 피어있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추석 연휴 전 부부동반으로 함평을 찾은 김성현씨(51)는 "꽃길이라는데 꽃이 없어도 너무 없다"면서 "한 10%쯤 피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표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원에 조성된 구역에는 여러 품종의 상사화가 피어있기는 했으나 더위를 못 이겨 시들한 모습이었고, 불갑산의 상사화 군락지는 개화율이 함평과 다르지 않았다.
은퇴 후 꽃사진을 찍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는 A씨(60대)는 "상사화가 만발한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꽤 피어있는 곳도 더위에 못 이겨 꽃이 져 있거나 황량한 것 같다"며 "꽃보러 왔는데 꽃이 없으니 '앙금없는 찐빵' 같다"고 말했다.
동창들과 축제를 찾은 심모씨(40대)는 "주말에도 가족과 꽃보러 방문하려고 했는데, 오늘 보니 추석 지나고 천천히 와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축제 메인 스테이지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던 행사 진행자도 꽃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꽃 보러 오셨는데 이상기후 때문에 꽃이 피질 않아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추석 연휴에 관광객 유치를 노리는 지자체는 곤란한 표정이 역력하다.
함평축제관광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꽃이 피지 않은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며 "공연 예약, 도로 통제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해 개화시기에 맞춰 축제 일정을 조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중순인데도 이렇게 폭염이 계속되니 예측할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자연 기후 영향을 긴밀히 살피면서 축제 날짜를 선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광군 관계자는 "축제가 22일까지 개최되기 때문에 추석 이후 방문을 권하고 있다"며 "관리를 통해 최대한 개화시기를 앞당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상기후로 9월에도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전남재해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폭염특보 누적일수는 71일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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