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과학고 확대 본격화… 경기교육청, 20년 만에 신규 지정 추진

11일 ‘예비지정 공모 계획’ 발표… 신청·심의 거쳐 예비지정교 11월 발표

‘일반고 → 과학고’ 전환교 2027년, 신설교 2030년 개교 목표


임태희 교육감 "과학교육 희망 학생 모두에게 관련 교육기회 제공 필요

"특권교육 안돼… 일반고 교육여건 개선 통한 평등교육 필요" 등 반론도

▲경기도교육청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경기도내 과학고등학교의 추가 설립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경기도교육청이 본격적인 신설 절차에 돌입했다.

도교육청은 미래사회의 핵심적 분야인 과학기술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및 이와 관련한 많은 교육 수요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을 이유로 도내 과학고등학교의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특히 전국에서 학생수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 과학고등학교가 의정부의 경기북과학고등학교 1곳에 불과한 점도 추가 설립의 이유로 제시됐다.

이 같은 도교육청의 계획이 알려지자 도내 지자체들도 저마다 최적지임을 강조하며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날까지 도내에서 과학고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고양·과천·광명·군포·부천·성남·시흥·안산·용인·이천·평택·화성 등 총 12곳으로,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소수를 위한 특권교육·경쟁교육으로 대표되는 과학고 보다 일반학교의 교육여건 향상을 통해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평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11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이 진행 중인 모습. ⓒ경기도교육청

# 2005년 과학고 신설 이후 20년만에 이뤄지는 과학고 신규 지정

도교육청은 11일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을 공고했다.

‘경기형 과학고’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을 비롯해 지자체와 지역기관이 협력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지역 특화형’ 과학고를 목표로 한다.

주요 특징은 △과학고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운영 △학생 연구활동 지원 강화 △지역의 과학·수학교육 선도학교 역할이다.

과학고의 설립 취지가 ‘이공계 과학인재 양성’인 만큼, ‘경기형 과학고’에서는 이공계 진로 진학 강화 및 교육과정 자율성을 확대한다.

또 과학고와 일반고의 가장 큰 차이가 ‘학생 연구활동’에 있는 만큼,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 및 수행하면서 실험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훈련을 지원해 향후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역 내 대학교와 연구소 및 기업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일반고에 비치되기 어려운 첨단 장비나 실험 도구 등의 인프라를 통해 과학·수학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수업을 개발, 지역 초·중·고교생 및 시민을 대상으로 과학·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회적 책무성을 수행한다.

이날 공고된 ‘과학고 예비지정 공모계획’은 이 같은 ‘경기형 과학고’의 추가 설립을 위한 총 3단계의 절차 중 1단계에 대한 것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오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신규지정 신청을 접수한 뒤 ‘과학고 예비지정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같은 달 말 1단계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앞서 임태희 도교육감이 "경기지역의 학생 수와 과학고에 대한 교육수요 등을 고려할 때 추가되는 과학고의 규모는 3∼4개가 적정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미리 예비지정 규모는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신청 현황과 도교육청이 추구하는 과학고의 방향성에 부합한 운영에 대한 가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비지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평가 기준은 △학교 설립(40점) △학교 운영(30점) △교육과정(30점) 등 총 3개 영역으로, 각 영역별로 3개의 평가항목과 20개의 평가지표가 제시됐다.

‘학교설립 영역’은 △과학고 지정 신청 취지 △설립예산 편성과 확보 △교육부지 선정과 확보 등이 평가되며, ‘학교 운영 영역’은 △학교 운영 계획 △학교 운영 예산 편성 및 확보 △교육시설 확보가 평가 대상이다.

‘교육과정 영역’은 △지역특화를 반영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화 △지역 특화형 교육과정 방안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가 이뤄진다.

과학고 신설 유치를 희망하는 교육지원청에서는 ‘일반고 → 과학고 전환’ 또는 ‘과학고 신설’ 중 한 형태를 선택, 지역별로 1개 교만 신청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1단계 예비지정 결과 발표 이후 2단계 공모 진행절차인 도교육청의 ‘특목고 지정·운영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마지막 3단계에 속하는 교육부 장관 동의 등 절차를 밟아 최종 선정학교를 선정할 계획으로, ‘전환교’의 경우 2027년 3월 개교, ‘신설교’의 경우 203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과학고 선정을 위한 각 단계별 주체가 서로 다른 만큼, 도교육청의 1단계 예비지정이 이어지는 2·3단계의 통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과학고 신규 지정은 최근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불확실한 미래 사회 대응을 위한 경기 미래인재 양성과 잠재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학고 신규 지정에 대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학생수 대비 과학고 수의 부족으로 인해 경기도 학생들은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받아 타 시·도 학생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와 관련,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장에서 경기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과학고 신설 추진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 과학고는 특권교육의 상징… 신규 지정 반대 목소리

과학고 신규 지정에 대한 도교육청의 취지와 목적에도 불구, 경기지역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지속적으로 과학고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학고가 일부 학생만을 위한 특권교육의 상징인 만큼, 모든 학생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특권교육저지경기공동대책위원회는 "도교육청은 경기지역에 과학고가 1곳 뿐이어서 도내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일부 학생만을 위한 특권교육이 이뤄지는 과학고가 모든 학생들을 향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교육은 소수의 학생을 위한 특권교육이 아닌, 평등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과학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 부담과 경쟁 심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새로운 과학고의 설립은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자명한 만큼, 교육당국이 이를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또 "과학고가 없어 평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고로 인해 예산 등의 지원이 줄어들게 되는 다른 모든 고등학교가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인해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과학고 1곳을 더 늘리는 것보다 그 예산으로 모든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해 도교육청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와 관련해 도교육청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백브리핑에서 도교육청 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학고에 대한 반대 의견은 충분히 경청의 가치가 있지만, 오해에 기반한 반대 의견은 건설적인 과학고 신규 지정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여러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현계명 융합교육정책과장은 "먼저 과학기술특성화대학교(POSTEC, KAIST, UNIST, GIST, DGIST)에서 과학고 학생 입학 쿼터를 배정해 과학고 학생들이 자동으로 입학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학고 학생에 대한 입학 쿼터 배정과 학생 자동 입학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만큼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고 재학생 및 졸업생의 입시가 의대 또는 일명 ‘SKY 대학’ 진학에 매몰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도내 유일한 과학고인 경기북과학고 3학년 학생들의 2024학년도 대학입시 결과를 보면, 졸업생 중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졸업생 중 98.9%는 이공계로 진학했으며, SKY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8.5%에 불과했다. 오히려 64.9%의 학생들이 연구중심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도의 과학고는 학생들 이공계 진학의 안정적인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과학고가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속진교육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고는 일반 학교와 동일하게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학교로, 국가 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속진교육은 없다"고 단언했으며, ‘과학고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일반고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일반고에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어려움일 뿐으로, 전형적으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고 있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 과장은 "과학고 신규 지정은 2005년 과학고 신설 이후 최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이공계 인재 양성의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기존 과학고인 경기북과학고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 과학고가 본연의 설립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교육감은 전날(10일) 도교육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심도 있는 과학교육을 희망하는 학생 모두에게 관련된 교육의 기회의 제공이 필요하다"며 "추가되는 과학고별로 특화된 분야 갖춘 ‘경기형 과학고’를 운영할 것"이라고 방향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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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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