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공급 확대'만 외치는 윤석열 정부, 투기 거품 조장 주인공?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정부가 만드는 세대간 부동산 투기 사다리

서울시내 한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감정평가하고 있다. 입주권이 소재한 지역은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이다.

장위동 일대는 2006년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구역에서 15구역까지 구역에 따라 사업속도가 상이하다. 장위1, 2, 4, 5, 6, 7, 10구역은 사업이 완공되었거나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장위동 일대에 1만 세대 이상의 신축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장위동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 가격은 59㎡기준 2021년에는 최고가가 10억 원을 웃돌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는 조정을 받아 7억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해 최근에는 8억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84㎡는 2021년 13억 중반대까지 올랐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조정을 받아 8억 중반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역시 반등해 10억 초반대를 회복했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한 후, 철거 전의 장위동을 몇 차례 가본 적 있다. 전형적인 서민 거주 저층주거지였다. 주민들이 이주한 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빈 골목길, 곧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동네를 걸으면서 불과 몇 달 전까지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벽돌집과 골목길이 모두 사라진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주민 이주 후 2020년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과 사랑제일교회의 충돌로 인하여 사업이 계속 지연되어 왔다. 사랑제일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수용절차를 통한 감정평가액 82억 원에 불만을 품고 명도를 거부하였고,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조합과 보상금 500억 원을 합의하는 초유의 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추가 요구가 이어지자 조합은 결국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다보니 원주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까 싶었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뉴스가 별로 없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사업시행인가일 이전의 공시지가가 기준이 되다보니 종전자산 평가금액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또한 2017년 관리처분일 기준으로 조합원 분양가도 낮았다. 당시만해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몰아치기 직전이라 소유자들 중에서 현금청산자들이 많았고, 거주인구 3천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에 불과했다. 조합원분양가가 59㎡기준 3억4000만 원, 84㎡기준 4억5000만 원 정도였으니, 현재 시점 기준 상승한 시세를 고려하면 조합원 프리미엄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종전자산 권리가액 3억인 조합원이 84㎡ 아파트를 분양신청했을 때, 추가분담금 1억5000만 원만 부담하면 현재 시세 기준 10억 아파트를 갖게 된다. 조합원 입주권이 양도가능한 조건이라면 5~7억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된 것이니 조합원들은 대부분 부동산시장 급등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지 않았다.

사업은 실제로 늦춰졌다. 지난해 12월 사랑제일교회가 구역에서 제척되는 내용으로 정비구역 촉진계획이 변경되어야 했다. 이에 지난 7월에 정비사업통합심의을 거쳤으며, 이를 기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의 절차를 모두 다시 거쳐야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한 내용은 다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공사비가 상승한만큼 조합원분양가 또한 상승할 것이다. 물론 공사비 상승에 따라 일반분양가도 함께 상승할테지만 경제상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얼마나 높아질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도대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외부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안정적이고 변동성이 큰데다 부동산 입주권과 관련된 거래정보가 깜깜이인 상태에서 종전의 조합원 입주권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권 가치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장위10구역의 경우 거주인구 3000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이고, 공급예정 아파트는 2000여 세대이다. 2000세대의 새아파트가 공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00여세대, 3000여명이 거주하던 주택이 사라진다. 이중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400여명의 조합원들 뿐이다. 조합원 세대수가 적다보니 아파트 2채의 입주권을 갖고 있는 조합원도 제법 있었는데, 이들은 운 좋게 더 많은 입주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은 아마 자녀에게 한 채 물려주기 위해 추가 입주권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조합원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좋은 때를 만나서 큰 개발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했으나, 이들마저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인하여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3천여명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산산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이 장위동 일대 재개발 지역 전역에서 일어났다. 일대에 신축 아파트 1만여 세대가 공급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거주하던 노후주택이 사라졌다. 저소득층, 서민, 청년들이 거주하던 서민주택지, 즉 대체로 주택가격 2~3억 원, 월세 50만 원 전후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도심지에서의 주택 공급은 순수한 공급이 아니다. 멸실을 동반한다. 고가의 새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공급이지만, 저가의 낡은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공급 감소다. 10억짜리 아파트가 공급되는 대신, 월세 50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사라진다. 10억짜리 새아파트의 공급은 반드시 가계빚을 동반한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 위험 뇌관이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래서 무조건적인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다.

기존의 원주민 조합원들 조차도 추가분담금 수억 원을 부담해야한다. 10억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필요한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은 빚 없이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요자, 즉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 공급은 허상이다.

2억의 부담 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면 2억 수준의 주택 공급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 즉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소득과 괴리된 공급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2~3억 원의 부담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2~3억짜리 기존 주택을 잘 관리하고 유통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급이다. 나라의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에 맞게,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해가면서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고, 사업성 없는 취약 지역의 기반시설에 개발이익을 적절히 분배해가면서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저 작은 집을 허물어 고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정책은 부동산 매매 시장 과열을 노린 대책일 뿐이다.

불행히도 지금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종일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부자 감세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하여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올해초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에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세제 금융지원, 대출지원정책을 포함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할 수 있던 배경으로 '집값이 활활 불타오를 것 같은 위험한 시기였다면 이렇게 규제 완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박상우 장관의 예상과는 달리 이후 부동산시장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까지 서울아파트의 거래량과 거래액은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5대 은행 8월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모두 역대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였지만 주담대 증가폭이 두달째 7조 원을 넘는 등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부동산 거래량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불안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8.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역시 획기적인 공급확대와 규제완화, 세제완화 정책이 주요 내용이었다.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대책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 시장 침체시기에도 공급확대, 주택시장 과열 시기에도 공급 확대다.

세대간 이어지는 견고한 투기 사다리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6개월간 신생아특례대출이란 정책대출상품을 만들어 7조2000억 원 규모를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정책대출상품을 판매하였는데, 1년간 신청금액이 43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저리의 정책금융자금은 부동산에 대한 불안과 투기 심리를 자극해, 약간의 가격조정이 일어나자 2030청년세대를 통하여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결국 저리의 대출이 높은 부동산 가격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은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되는 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저금리일 뿐만 아니라, DSR과 같은 대출규제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결국 신생아특례대출과 같은 저리의 정책대출로 2030젊은 세대가 '영끌'로 주택을 구입하고, 이들에게 주택을 매도한 3040세대가 기존 주택의 매도자금으로 다시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서울의 주요 상급지역으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가세해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끈 것 아닐까.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40대의 매수비중은 31.2%, 30대의 매수비중은 32.5%로 현 주택 가격 폭등세를 3040이 주도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결국 저리의 정책자금대출을 기반으로 2030 청년 주택 수요층이 만들어졌고, 이들로부터 나온 아파트 매도 자금이 3040 수요로 가세하는 세대간 투기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2030에서 3040으로 연결되는 매수행렬이 갭투기 증가,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부동산정책인 공급확대, 규제완화, 부자감세가 국민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높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국민 모두에게 정부는 절대 부동산가격이 조정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다를 바가 없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입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성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 부동산 기득권을 공고히하니, 이 정부와 정치세력 누구를 믿고 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겠는가,

최근 경제지면을 덮는 각종 통계와 지표는 하나같이 지금 내수 침체 수준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이와 괴리되어 과열되고만 있다.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 투기 뿐이라는 강한 믿음의 원천은 바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정부와 여야를 막론한 부동산기득권 세력이다. 이제 어디서 부동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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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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