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윤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 또 투기 조장 정책" 비판

"집값 상승에 기름 붓는 격…철회해야" 강조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서울의 빌라 등 비아파트를 무제한 매입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참여연대가 이번 대책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공급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9일 참여연대는 전날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했으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면, 부실 PF 사업의 확실한 구조 조정 및 우량 사업 지원, 3기 신도시 등의 사업을 제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 270만호 공급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등 신규 택지 공급을 거론하는 것은 가당치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대책은 "재건축 주택 공급을 위한 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라며 "주택 시장의 가격 급등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의 주요 사업을 보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이 지역에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안이 포함됐다. PF 보증 규모를 더 확대하고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해주는 방안도 나왔다.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5곳의 지구지정 일정을 앞당기고, 지자체 협의회 등과 함께 주택 공급 현황을 점검해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빌라 전세 사기 사건 등으로 인해 최근 급등하는 서울의 아파트값과 달리 매매 부진이 일어나는 빌라 등 비 아파트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강구됐다. 공공이 수도권의 신축 비 아파트 11만 호 이상을 사들여 공급하고, 특히 서울의 경우 비 아파트 매입은 '공급이 정상화'할 때까지 무제한 이뤄질 것이라고 정부는 공언했다.

아울러 재건축부담금 폐지, 재건축 조합의 취득세 감면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270만호의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더니 이제는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까지 풀어서 8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한다"며 "가뜩이나 1기 신도시특별법 추진으로 수도권 집중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까지 풀겠다는 것은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서울·수도권 집중을 야기하는 구시대적 정책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졸속 대책"이라고 고강도 비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의 경우 "재건축 대상 주택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나쁜 정책들"이라며 참여연대는 "이번 공급 대책은 전체적으로 과거 정부 때부터 반복되어 온 전형적인 주택 경기 부양 정책으로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8.8 대책은 "올 하반기에 국내외적으로 금리 인하가 예상되어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시기에 발표되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도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주택 시장 약자인 세입자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참여연대는 "공공매입임대를 활용한 6년 후 소형주택 민간 공급은 중심을 못잡은 헛다리 대책"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신축 아파트 품질과 주택 관리에 애쓴 만큼 서민들이 거주하는 소형 신축 주택의 품질 제고를 위한 감독행정 강화, 소규모주택의 건축 이후 강도 높은 지속적 건축물 관리, 지방 임대차 행정에 투자를 해 건전한 시장을 조성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소형주택 시장의 패닉 상태가 발생했겠는가" 따져 물었다.

"허술한 임대사업자 관리·감독 제도를 악용해 전세사기 피해를 양산한 임대사업자의 관리를 더 강화하기는커녕 쓸데없이 단기 임대사업자(6년) 제도를 도입하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도 실망스럽다"고 참여연대는 첨언했다.

또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번에 도입키로 한 HUG 든든전세 유형(4년+4년)의 경우 "그런 주택 소유자에게 HUG가 채무유예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고, 임대보증금도 못갚는 종전 소유자의 4년, 또는 8년 후 주택 환매 구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그런 주택이라면 경매로 매입하고 2-4년 정도 임시로 공공임대 주택 용도로 활용하다가 시장에 매각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이번 HUG 든든전세는 HUG가 주택 매매 가격보다 더 높은 보증금을 대위 변제한 경우, 보증금을 못갚은 주택 소유자에게서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4년, 혹은 8년간 대위변제 채무를 유예하고 그 기간 HUG가 매입 주택을 공공임대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과거 역대 정부가 수없이 반복해 왔던 또다른 버전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라며 이 대목에 DSR 규제를 언급한들 "한쪽에서는 휘발유를 끼얹으며 불길을 타오르게 하면서 다른 쪽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겠다는 생각이니 성공할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무주택 중산층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빚내서 집사고, 빚내서 세살라는 대책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며 "참여연대는 투기를 조장하는 이번 공급 대책을 철회하고 공공주택을 포함해 무주택 중산층과 서민들이 부담가능한 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해 적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빌라로 대표되는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위를 늘리는 등 최근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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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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