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는 집행유예, '지인능욕'은 선고유예…솜방망이 처벌에 가해 늘었다

민주 김남희 "딥페이크 성범죄 심각성 확실히 하고 소지·시청까지 처벌해야"

미성년 여성들을 집단 성착취한 'N번방' 사건 이후 합성(딥페이크)을 통한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 법 규정이 강화됐으나 정작 재판에서 딥페이크·지인능욕 사건 가해자들은 대부분 비교적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지난 4일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딥페이크 제작·유포 판결 통계(2020년 6월~2024년 6월)를 살펴보면, 딥페이크 유포 등을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근거로 1심 판결이 이뤄진 87건 중 집행유예가 34건(3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24건(27.5%)이었으며, 벌금형은 14건(16%), 선고유예와 무죄는 각각 2건(2.2%)으로 뒤를 이었다.

판결의 근거가 된 성폭력처벌법 14조2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마련돼 2020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법 조항이다. '허위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고, 영리가 목적인 경우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특례법 시행 후에도 재판부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제작·유포에 대해 집행유예와 같은 비교적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려왔다.

지난 2021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텔레그램에 반포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뒤 피해자의 이름, 핸드폰 번호, 주소지, 학교등을 포함해 성적 모욕을 주는 문구까지 붙인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창원지법은 문화상품권을 받고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수차례에 걸쳐 전송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여성 지인을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지인능욕'에 대해 집행유예조차 내려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같은 학교 재학생인 미성년 여성과 일면식도 없는 미성년 여성의 얼굴에 체액이 묻은 것처럼 편집한 사진을 신원미상의 온라인 이용자에게 유포한 가해자에게 선고유예를 내렸다.

재판부가 성착취물로 고통받을 피해자의 심경을 고려해 무거운 처벌을 내린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1년 제주지방법원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285장을 만들어 불특정다수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반포한 가해자에게 "피해자들이 아직 피해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만약 피해자들이 이를 알게 되었을 때의 정신적 충격과 피해는 가늠할 수도 없다"며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제외하고 실형이 선고된 대다수 사건은 주거침입, 협박 등 다른 범죄가 병합된 경우였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동안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인한 피해는 커져갔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은 4일 오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허위 영상물 피해는 2019년 144건에서 2023년 423건으로 약 3배 증가했고, 올해 6월까지 접수된 피해 건수는 726건으로 이미 전년도 한 해 동안의 피해 지원 건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심각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서도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형을 하고 집행유예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며 "딥페이크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임을 확실히 하고 소지·시청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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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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