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사관서 동성 직원 성추행한 전직 외교관, 법원서 유죄 선고

법원 "일부 추행 행위는 무죄"…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현지인 동성 직원을 성추행한 전직 외교관이 사건 발생 7년만에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정아)는 30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직 외교부 공무원 A(58)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죄명을 강제추행으로 변경한 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프레시안 DB

재판부는 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과 사회봉사 160시간 수강 및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분(외교관)에 적합한 행위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업무 보조를 하는 직원을 상대로 3차례 범행해 죄질이 나쁘고, 비난받을 가능성도 크다"며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했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이어 "특히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A씨가 피해자의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거액의 금전 보상을 요구한 시기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가 일치해 피해자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는 또 강제추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호소했지만, 임상심리학자의 평과보고서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볼 때 일부 진단서가 피해자 진술에 기반한 것으로 보여 강제추행과 정신적 상해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 중이던 2017년 11∼12월 대사관 내에서 뉴질랜드 국적의 남직원 B씨를 3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9년 7월 B씨가 뉴질랜드 경찰에 A씨를 고소한 이듬해 2월 현지 법원이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A씨는 임기만료에 따라 이미 뉴질랜드를 떠난 상태여서 현지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말 한국에 입국한 B씨가 직접 서울경찰청에 다시 고소하면서 국내에서 수사가 시작됐고, A씨는 결국 사건 발생 6년 만인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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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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