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채상병 외압? 실체 없다…현 국회상황, 난생 처음 경험"

'제3자 특검'도 영수회담도 사실상 거부…용산 참모들엔 "총선 패배가 왜 귀하들 책임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관한 특검 도입 요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진행된 청문회를 언급하며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게 아닌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가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찰에서 아주 꼼꼼하고 장기간 수사를 해서 수사 결과를 거의 책을 내듯이 발표를 했다"고 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외압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경찰 수사 결과에 힘을 실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언론이나 많은 국민들이 그 수사 결과에 대해서 특별한 이의를 달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장병이 사망한 것에 대해 그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강군을 만들 수 있겠냐"며 "그 규명 자체를 군에다 맡기지 않고 이미 민간 수사기관에 또 민간 재판기관에서 하도록 제도가 바뀌어 있고 거기에 따라서 저는 그 절차가 아주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지난 5월 10일 기자회견 때도 '수사가 미흡하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라고 했는데 지금 채 상병의 이런 안타까운 사망 사건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수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검을 도입할 정도로 당국의 수사가 미진하지 않다는 의미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관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김용현 전 경호처장을 최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안보라인에 조금 변화를 줬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인사를 했고 거기에 따라서 연속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핵심 쟁점인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특검 도입에 윤 대통령이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청한 영수회담이나 한동훈 대표까지 포함하는 3자 회동 추진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은 10번이고 왜 못하겠냐"며 "저도 지금의 국회 상황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것을 풀어나가야 될지 용산에서도 참모들하고 많이 논의를 하고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이라면서도 "(국회가 먼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해야 될 본연의 일을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라든지 다양한 청문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다르다"며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현실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소야대 환경에 아쉬움을 내비친 윤 대통령은 내각 개편 등 국정 전환 계획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패배 후 사의를 표명했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 "총리로서 역할을 제대로 잘하고 계시다"고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고 지금 많은 국정 현안과 가을에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다"며 "그동안 잘해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우리 한덕수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총선 패배 뒤 사직 의사를 밝혔던 대통령실 참모진들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하고 정무수석에게 '아니 총선 패배가 왜 귀하들 책임이냐. 그냥 계속 근무를 하라'고 했는데 꼭 사직을 해야 되겠다고 해서 그건 부득이하게 사표를 수리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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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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