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훔친 바이든 "미국에 최선 다했다"…클린턴 "유리천장 너머에 해리스"

민주당 전대 행사장 밖 수천 명 가자전쟁 반대 시위…바이든 "시위 일리 있다"

19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전 국무장관이 연사로 나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지지를 보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깰 때라며 지지를 촉구했고 전당대회 장소 인근에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밤 11시30분께 마지막 순서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50분 가량 이어진 사실상의 고별 연설에서 "미국,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 경력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50년간 미국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서른도 안 됐기 때문에 상원에 있기엔 너무 어렸고 대통령으로 남기엔 너무 늙었지만, 내가 여러분 모두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이 일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며 대선 후보직을 내려 놓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이 "내 전체 경력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강하고 숙련돼 있다"고 평가하고 "자유를 위해 투표할 준비가 됐는가? 미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할 준비가 됐는가?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를 선출할 준비가 됐는가?"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을 패배한 국가라고 말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완전히 틀렸다"며 "패배자는 그(트럼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민주당 전당대회 장소 인근에서 집회를 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거리에 있는 시위대에 일리가 있다. 양쪽에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종전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듣기 어려웠던 힘찬 목소리로 연설 상당 부분을 재임 기간 업적을 나열하는 데 할애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시작 무렵 "우린 조를 사랑한다"는 청중의 구호를 듣고 눈물을 훔쳤다.

이날 앞서 연설에 나선 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는 데 다가갔다고 강조하며 "유리천장의 건너편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손을 들고 미국의 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을 반복해서 틀리게 발음하는 것을 지적하고 이러한 "조롱"이 "익숙하다"며 2016년 대선에서 자신과 대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비하적 공격을 해 왔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무대에 깜짝 등장해 바이든 대통령에 재임 기간 "역사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경의를 표하고 큰 환호를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공식 수락 연설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 장소 인근에선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P> 통신을 보면 19일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수천 명 규모 시위대는 민주당 전당대회 장소까지 행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한 이 집회에서 학생,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가족,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 등은 "당장 점령을 끝내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바이든 대통령을 "집단학살 조"라고 비난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서도 비슷한 구호가 나왔다.

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5시간을 운전해 달려 왔다는 고등학교 특수교육 교사 캐머런 벤루드(25)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AP>에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사회주의 활동가 테일러 쿡은 통신에 "카멀라도 이 일(이스라엘 지원)에 연루돼 있다"며 "우리 표를 원한다면 (지원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수십 명이 보안 울타리 일부를 무너뜨리려 시도하며 울타리를 넘은 여러 명이 구금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 규모는 2만 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본 주최 쪽 예상보다 작았다.

10달 이상 지속 중인 가자지구 전쟁은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곤경을 안기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휴전 중재에 나서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며 팔레스타인인 희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선 바이든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반대해 사실상 단독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운동이 조직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1200명 이상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해 간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4만 명 이상이 숨졌다. 이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거의 2%에 해당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비교적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실질적 차별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전당대회에서 승인된 민주당의 새 정강정책에선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만 드러나 있을 뿐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대가 요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는 담기지 않았다. <AP>는 다만 정강은 후보 교체 전 작성됐고 해리스 부통령이 새 후보가 된 뒤 수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200억달러(약 26조6100억원) 규모 무기 공급을 승인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전당대회에서 별도의 행사로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모인 패널 토론이 개최되며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였다. <AP>는 이들의 핵심 요구인 휴전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보류는 충족되지 않았지만 "활동가들이 포럼을 열도록 허용한 결정은 해리스 부통령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과 같다"며 많은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후보직에 있었다면 이러한 기회가 주어졌을지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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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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