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이상해요"…해리스, 부통령 후보로 '구수함 속 촌철살인' 월즈 선택

"트럼프·밴스 이상하다" 한 마디로 민주당 선거 전략 바꿔…중부 농가·교사 출신 소탈함으로 중서부 유권자에 호소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이하 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유세에서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기이하고 이상하다"며 최근 화제가 된 자신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경합주 출신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월즈 주지사의 강점으론 소탈함 속 촌철살인 수사가 꼽힌다.

이날 월즈 주지사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월즈 주지사는 "주지사 그 이상"이라며 그가 군 복무, 고등학교 교사 및 미식축구 코치 등의 이력을 거쳐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91일 뒤 이 나라는 월즈 코치를 다른 이름으로 알게 될 것이다. 미국 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월즈 주지사에 러닝 메이트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월즈 주지사가 "사냥꾼이자 총기 소유자"이지만 2019년부터 미네소타 주지사로 재임하며 신원 조회 강화 등 총기 규제에 나섰고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법률에 서명했으며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한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2007~2019년 하원의원을 지낸 월즈 주지사가 "첫날부터 준비돼 있을 것"이라며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경쟁자인 정치 초년생 밴스 의원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월즈 주지사는 자신이 네브래스카주 작은 마을 출신으로 "가족 농장에서 일하며 여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부친이 군 입대를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또 "밴스는 예일대에서 공부했고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투자를 받아 경력을 쌓은 뒤 (자신이 자란) 공동체를 비하하는 베스트셀러를 썼다"며 밴스가 평범한 미국 중부 주민을 대변할 수 없다고 시사했다. 밴스 의원은 자서전 <힐빌리(산악지대 주민)의 노래>를 통해 백인 노동자 가정 출신임을 강조하며 중서부·북동부 쇠락한 제조업 지대(러스트벨트) 지역에 호소 중인데 "그건 (진짜) 미국 중부가 아니다"라며 저격한 것이다.

월즈 주지사는 연설에서 자신의 가족이 체외수정(IVF)을 통해 자녀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했다.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 미국에서 임신중지권이 크게 후퇴해 재생산권은 이번 선거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지난 2월 앨러배마주 대법원이 냉동 배아도 어린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체외수정 시술이 위축돼 난임 가정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지옥처럼 기이하고 이상하다"고 비난하며 "이제 91일 남았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며 대중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조쉬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애리조나주를 지역구로 둔 마크 켈리 상원의원 등 쟁쟁한 경합주 출신들을 제치고 부통령 후보 자리를 꿰찬 월즈 주지사의 '한 방'은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이 사람들 이상해요(weird)"라고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이 표현을 적극 활용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두려운 존재에서 그저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기이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상하다"는 표현을 통해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존경이나 두려움의 대상 대신 비웃음의 대상", 그저 "구석에서 손에 묻은 접착제를 먹는 (이상한) 어린애"로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표현은 밴스 의원의 아이 없는 여성을 비하하는 "캣 레이디(고양이 키우는 여성)" 발언이 재조명 되며 더욱 부각됐다.

<AP> 통신은 월즈 주지사가 "공화당의 어둡고 불길한 수사를 가벼운 손짓으로 튕겨내는 사람"이라고 봤다.

고등학교 사회 교사 및 미식축구 코치 경력에 부합하는 친근한 이미지도 월즈 주지사의 강점이다. 소박한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웃는 얼굴과 상냥한 말투로 촌철살인 수사를 구사한다는 평가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연설 중에도 연신 숱이 거의 없는 머리와 코를 긁적이며 구수한 모습을 보였다.

미네소타 자체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지만 중부 농가 출신인 월즈 주지사가 중서부 주들과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농촌 지역에도 호소할 수 있을 것으로 해리스 캠프 쪽은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배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 트럼프 고문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는 막말을 퍼붓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적 정책을 펴 온 월즈 주지사 선정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맙다!"라며 곧바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좌파 2인조"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캐런 터멀티는 기고를 통해 월즈 주지사가 보수적 유권자들에 대한 공감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월즈 주지사는 지난 2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유주의적인 이들이 대중을 경멸하고 잘난 척 한다는 인상을 주고 민주당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에게 투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이 당신(민주당)이 납득시키려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민주당에서 가장 진보적인 의원 중 하나로 평가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당내 가장 보수적인 의원으로 평가되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조 맨친 상원의원의 지지를 동시에 얻기도 했다. 맨친 의원은 성명에서 월즈 주지사가 "민주당에 균형을 돌려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막판까지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셔피로 주지사의 경우 경합주 승리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으로서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점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P>는 야심가인 셔피로 주지사 자신도 백악관 2인자 자리로 가는 것,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해리스 부통령의 결정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유세 행사장에 참석해 나란히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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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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