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김경수 복권' 포함 광복절특사 재가

정부 "여론 왜곡 관련자들, 여야 구분 없이 사면"…與 내부 시끌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5번째 특사다.

총 1219명을 대상으로 오는 15일자 단행하는 특별사면·감형·복권 대상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관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됐다.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에도 복권된다. 지난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에서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으나 복권되지 않아 제한됐던 피선거권이 풀리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사면의 대상과 범위를 신중하게 결정했다"면서 "광복절 특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민생경제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정 수행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처벌받았으나 장기간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전직 주요 공직자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 55명을 사면해 정치 이념을 넘어선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사면·복권 대상에 오른 전직 공직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강신명, 조현오, 이철성 전 경찰청장, 조윤선, 안종범, 현기환 전 수석비서관 원유철, 황주홍, 박준영 전 의원, 권선택 전 대전시장, 이기하 전 오산시장 등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함으로써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고 국익을 위해 통합하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가 '국민 눈높이' 논리로 반대한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정부는 여야 형평성과 통합을 고려한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라는 취지로 수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피선거권 제한이 풀린 김 전 지사는 차기 대선 등 각종 공직 출마에 길이 열렸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주말 자신이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용산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12일 기자들과 만나 "제 뜻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졌고 충분히 전달된 걸로 본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리지 않겠다" 해 사실상 자신이 반대 의사를 전했음을 확인했다.

한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 4선 중진의원들과 함께한 오찬회동에서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오찬장에 도착하기 전 의원들 간에 이미 '지지자들 불만이 많다'는 등 관련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고,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임명한 김종혁 지명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4선 중진들께서 한 대표를 만나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옳지 않다, 그러니 이런 뜻을 좀 대통령실에 전달해달라' 이렇게 얘기하셨고 당원게시판에도 1만 건에 이르는 항의글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저도 개인적으로 논리적이든 정무적이든 김 전 지사 복권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윤 대통령과 함께 식사하면서 '당정이 함께 똘똘 뭉쳐달라'고 얘기를 하셨다"며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은 분명한데 의사결정 과정이 조금 더 합리적이었으면 좋겠고, 상호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고유의 권한인 건 맞지만 그것도 정치적인 행위이지 않느냐. 그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여당과 좀 상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며 "결과적으로 보면 김 전 지사 복권을 놓고 우리 내부가 너무 분열되고, 또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당원들이 많이 표출하고 있어 이게 대통령실에 도움이 될까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당장 주변에서 대통령실에 대한 원망 같은 게 나오고 있다. 그것은 우리 여권이 분열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권 여부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있을 수 있고 당내 이견도 존재할 수 있다"며 "당은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다양한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김 전 지사의 경우에는 본인이 유죄판결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반성하지 않는 면이 있고, 그래서 지금 당내 의견이라든지 민심까지도 '부적절한 복권이다' 하는 의견이 있다"며 "그런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당정갈등이나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할 부분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광복절특사에서는 경제계에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대표가 잔형집행 면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등이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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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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