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또 필리버스터… '25만원 지원법' 본회의 상정

이진숙 탄핵소추안도 발의…2일 야당 주도로 가결 전망

전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하며 지난 방송4법 처리 당시와 같은 대치 상황이 다시 연출됐다.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소관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총선공약으로 낸 뒤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를 25만 원에서 35만 원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소 13조 원의 대규모 추가경정(추경) 예산이 필요한 데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 정부·여당은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첫번째 주자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나섰다. 민주당도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토론 종결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의 종결동의서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24시간 뒤 재적의원 무기명투표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에 관한 표결은 다음날 오후 3시경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박수민 의원은 "안타깝지만 25만 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우리는 그 누구도 도울 수 없다"며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세금을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뿌려 소득과 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리고, 이를 통해 내수와 경제를 살린다는 생각"이라며 "(하지만) 대단히 안타깝지만 이 생각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다음날 상정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한 후 재의결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 최종 폐기된 바 있다.

두 법안 모두 과반 의석인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이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국회로 다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방송 4법 처리과정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단독 법안 상정→여당의 반대 필리버스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재의결→폐기'의 과정이 공회전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의결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상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자 야당 의원들이 이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탄핵소추안 발의…다음날 야당 주도로 가결될 전망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방통위 관련 탄핵안이 보고된 것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네 번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등 야 6당은 이날 이 위원장 탄핵안을 국회에 접수했고 해당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할 수 있다. 다음날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이후 야당 주도로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야 6당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회의를 열고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에 대해 스스로 의결에 참여해 기각한 것 역시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자질에 큰 문제가 드러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임명을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탄핵안에는 민주당 김현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대표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현 의원은 "공영방송 장악을 멈출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탄핵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규탄대회를 열고 "거대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5박 6일간의 무제한 토론을 마친지 겨울 이틀지났다"며 "민주당 등 거대야당은 또다시 전 정부처럼 막무가내로 악법몰이를 하고 있다. 신임 방통위원장 출근 첫날부터 탄핵을 하겠다고 겁박도 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 중독증은 단 하루도 탄핵을 끊지 못할 만큼 금단현상이 극에 달했다"며 "중대한 법 위반 여부 관계 없이 (민주당은) 마구잡이식 무고 탄핵안을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국정에 대한 폭력이자 테러다. 정치를 망치는 것도 모자라 경제까지 망치지 못해 안달났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노 후보자 임명안을 재석 의원 283명 중 찬성 272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박 후보자 임명안은 찬성 269명, 반대 12명, 기권 2명으로 의결됐다.

두 후보와 함께 임명 제청됐던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는 딸의 비상장회사 주식 매수와 서울 재개발구역 빌라 구입 과정에서 속칭 '아빠 찬스'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국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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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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