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심사 하룻만에 '다과' 4번 긁고 점심·저녁밥값에 133만원 결제

[지방의회 법인카드 사용실태 분석 ④] '법카는 밥카?'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는 지방의회 의장 등의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활동 범위와 관련해 8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예시해 놓고 있다.

그 중에 첫째가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와 지원'이다. 해당 지자체 '관할구역 외'의 지역에서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재민이나 피해자에 대한 격려품 지급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가 의정활동과 지역 홍보이고, 셋째는 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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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군부대와 경찰서 등 현업(현장) 부서 근무자 격려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항목에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쓴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전북자치도의회 등 전북의 지방의회가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쓰는 항목은 '업무 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교육' 등 네번째이다.

사실상 80%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이곳에 쓰는가 하면 간식과 커피 등까지 포함하면 90%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방의원들의 업무추진비 '법카는 밥카', 밥을 먹기 위한 법인카드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로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전북자치도의회 교육위 등 5개 위원회의 올 4~6월 중 업무추진비 396건을 분석한 결과 각종 간담회나 협의 등을 이유로 오찬이나 만찬을 한 사례가 323건에 육박, 전체의 81.6%를 차지했다.

여기에 간식과 커피 등의 사례 51건(12.9%)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94%로 껑충 뛰게 된다.

이를 두고 지방의회 주변에서 "의원님들은 밥을 안 먹으면 일을 할 수 없느냐"는 직설적 문제 제기가 나온다.

지방의회의 '법카 사랑'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전북자치도의회 예결특위는 지난 5월 9일 '1회 추경심사 1일차'를 위해 오전 9시에 20만원어치의 다과를 법인카드로 긁었다. 대상인원은 20명이었다.

예결특위는 또 같은 날 오찬을 하기 위해 30만6000원을 법카를 썼고 오후 2시경에는 통닭 등 20만원어치의 다과를 두 차례로 나눠 준비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활동 모습.ⓒ전북자치도의회

같은 날 예결특위가 14명의 만찬을 위해 법인카드로 쓴 비용(39만7000원)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예결특위는 1회 추경심사를 하루 앞둔 5월 8일 '다과 준비' 명목으로 22만7500원을 쓰기도 했다.

요약하면 예결특위는 1차 추경심사를 앞두고 '다과 준비'→'다과 준비'→'오찬'→다과 준비'→'다과 준비'→'만찬' 등 4차례의 다과 준비와 2차례의 오·만찬에 133만2000원을 법카로 긁은 셈이다.

예결특위는 올해 1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간식을 사고 식사하는 데에만 무려 474만8000원을 썼다. 분명히 적지 않은 돈이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면 이렇게 마음대로 썼겠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지방의원들이 법카로 결제하는 1인당 평균 오찬 비용은 얼마나 될까?

전북자치도의회 한 상임위원회의 올해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22건 중 오찬 간담회 13건을 대상으로 사용금액을 전부 더하고 대상인원을 합산해 보았다.

그랬더니 13회의 오찬 사용금액은 총 259만8000원이었고 대상인원 합산은 135명이 나왔다. 총 금액을 대상인원으로 나누어 보니 1인당 오찬 비용은 1만9244원으로 분석됐다.

도의원들은 법카를 이용해 1인당 거의 2만원짜리 오찬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찬보다 1인당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찬은 계산을 해 보나마나 일 것이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한국시간) 한국의 밥값은 평균 6.7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9000원 정도였으니 지방의원들의 식사비와 비교할 만 하다.

전주시 금암동의 K씨(49)는 "직장인들은 고물가에 도시락을 챙길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며 "지방의원들이 법인카드로 한끼에 2만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주민을 위한 위민(爲民)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각종 간담회 개최 명목으로 업무추진비의 절대다수를 식비로 지출해 '밥 먹는 의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법인카드로 긁는 오·만찬의 사용목적이 제대로 추진됐는지를 떠나서 "밥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느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면 지방의원들도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한번쯤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의회 관련 경비는 '의정운영 공통경비'와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등 4개로 나눌 수 있다.

'의정운영 공통경비'는 지방의회나 상임위원회 혹은 교섭단체 명의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이다. 주로 공청회나 세미나, 각종 회의 및 행사 등의 소요경비를 예산으로 편성하기 마련이다.

'의회운영 업무추진비'는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이 의정활동이나 직무수행을 위한 제반 경비를 쓸 수 있는 돈이다.

직무활동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한 업무추진비는 대부분 각종 간담회 등의 식비로 지출되고 있는 '2024년 전북 지방의회의 본색'이 언제나 개선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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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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