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침대 묶어뒀다가 화장실 못가 대변 본 채 방치돼

보건복지부,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제도개선 논의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침대에 묶여있던 환자가 사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병원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한 환자를 묶어두고 방치해 침대에서 대변을 누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30일 "격리·강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정신의료기관 현장에서의 노력은 물론, 관련 법과 정책의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이 같은 사례를 담은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을 보면, 조현병 환자 A씨가 입원한 B병원은 사건 당일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A씨를 병실 침대에 강박하고 ㄷ자로 된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병원은 A씨의 요구나 임상 상태를 관찰하기 어려워졌고, A씨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대변을 본 채 방치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B병원이 A씨를 강박해야 할 만큼 의료적인 급박성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었고, 병실 내 강박행위를 관행적으로 허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이에 "격리·강박은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고, 해당 공간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하며, 관찰창 등을 통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준수하라고 병원에 시정권고했다.

이 사건 외에도 정신병원에서의 감금과 방치로 인한 환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C씨는 격리실(안정실)에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강박 조치를 당했으며, 이후 강박은 풀렸으나 복통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어 의식을 잃고 숨졌다. 2022년 춘천의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조울증 환자 D씨의 경우 사망 직전 66시간 50분 동안 신체 강박 상태였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분석이 있었다.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정신병원 격리·강박에 대한 실태조사를 논의하고, 급성기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적정한 보상방안과 제도개선 방안을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논의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사회는 존엄에 기반한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을 줄이는 추세다. 인권위는 지난 2016년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으로 법제화할 것, 격리·강박 대체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격리(강박)실의 구조와 설비, 강박 도구를 표준화할 것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책 권고한 바 있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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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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