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또 부결, 방송4법 필리버스터 돌입…극한대립 국회 재현

특검법 표결서 찬성 194에 반대 104로 與 '반란표' 4표 발생…필리버스터, 4박 5일 예정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표결 절차를 밟은 채상병 특검법이 제22대 국회에서도 최종 부결돼 다시 폐기됐다.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등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서로 장외 집회를 벌이는 등 극한 대립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방송4법 본회의 상정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했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의 재표결 절차를 진행했다. 무기명 표결 방식으로 진행된 의결 결과는 재석 299명 중 가결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 부결이었다.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당론 반대를 강조한 국민의힘에서 4표의 이탈표가 나왔지만, 전체 찬성표 수가 재의결 조건인 출석의원 3분의 2이상(200표)에 달하진 못했다.

다만 이날도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찬성 투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안철수 의원 외에도 2~3명의 추가 이탈자가 나온 것은,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첫 최고위를 주재하며 "단호히 뭉쳐서 막아내자"고 주문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다만 무효표 1표가 '부(否)'를 '부(不)'로 잘못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이탈표는 3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부결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결속이 깨졌다고 보고싶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여야는 본회의 개회 직전부터 '맞불' 장외투쟁을 벌이며 극한대치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이 쟁점법안인 방송4법의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며 규탄대회를 개최하자,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장소에서 국민의힘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당론반대를 비판하며 맞불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기능마비 방송악법 철회하라, 절차무시 협치 없는 일방입법 중지하라"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수용하라, 순직해병특검법 찬성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2시 10분께 양당이 모두 장내에 착석하며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안이 상정되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다시 흉흉해졌다. 안건 토론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채 상병 사건 수사에서) 박정훈 단장의 수사가 많이 부족했고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이 점을 지적할 수 있다"며 '수사외압 의혹'을 두고 "박정훈 단장의 아집이자 항명"이라고 주장하자, 야당 측에선 고성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토론 중 특검법을 두고 "오로지 (민주당이) 그들의 아버지라고 하는 이재명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야당 측 한 의원이 "그럼 김건희는 어머니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반대로 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윤 대통령은 사회적 참사가 생길 때면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보다 측근의 자리보전을 더 중시했다"고 비판하자 이번엔 여당 측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결국 재표결로 채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바깥으로 나가 다시 국민의힘 측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죄를 지어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던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했다.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라던 국민의힘이 특검법을 반대했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바로 범인"이라고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여당 위원들이 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야당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별도의 정회 없이 개최된 민주당의 본회의 도중 규탄대회에 반발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측 한 의원은 우 의장을 향해 "(의사진행이) 개판이다"라고 과격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우 의장은 "(규탄대회가) 합의된 걸로 전달을 받았다"며 "국회의장한테 개판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방송4법이 본회의에 상정됐고, 이번엔 국민의힘이 앞서 예고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하면서 해당 법안 표결은 지연되고 본회의는 무기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첫 발언자는 최형두 의원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오늘 안건 상정 자체에 여야 합의가 전혀 없었다"며 "민주당의 하명대로 일방 수용해서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게 지금 현재 우리 국회의장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라 시작된 지 24시간이 경과하면 토론 종결 동의(動議)를 제출·표결할 수 있어, 민주당은 다음날 오후 야당 측 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방송4법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하루 만에 표결로 필리버스터가 종결되더라도 4개 법안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 총 4박 5일에 이르는 필리버스터 국면을 이어갈 예정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통위법에 대한 심사보고와 관련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사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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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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