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러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의 절반이 여전히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자격이 유지됨에 따라 이들은 지방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혜택 등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았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올라 신상이 공개된 127명 중 절반이 넘는 67명(53%)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였다.
서울의 경우 전체 악성 임대인 34명 중 무려 25명(74%)이 여전히 등록을 유지해 임대사업을 영위 중이었다.
경기에서는 48명의 악성 임대인 중 절반이 넘는 26명(54%)이 등록 임대사업자였다. 인천에서는 17명의 악성 임대인 중 9명이 사업자 등록을 유지했다.
이들 67명의 악성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반환한 금액(대위변제액) 합은 7124억 원에 달했다. 악성 임대인 1인당 106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들의 총 대위변제 건수는 3298건에 이르렀다. 악성 임대인 1명에게 평균 49명이 넘는 세입자가 피해를 봤다.
특히 대위변제액 상위 10인의 총 대위변제액은 4326억, 건수는 2171건에 달했다. 상위 10인 1인이 평균 432억 이상의 대위변제액 피해를, 217건 이상의 피해자를 낳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은 현행법상 보장되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방세 감면,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문진석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임대사업자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명확할 경우 지자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이 임차인 피해 기준을 '승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해버렸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악성 임대인은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가 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례는 불과 7명에 그쳤다.
문 의원실은 또 국토부와 지자체 간 임대사업자 자격 여부 등을 확인하고 말소하는 시스템도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악성 임대인 공개 제도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쳤다고도 꼬집었다.
문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돈 한 푼도 쓰지 않으려 하면서, 정작 악성임대인들에게 들어가는 수많은 세제 혜택은 방치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진심으로 전세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법령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