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 검토…'방향 전환' 준비 됐다"

이창용 "다만 현 시장 기대는 지나쳐…불확실성 상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총 1년 5개월 28일간 기준금리 상태를 3.5%로 유지했다. 이는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다만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이와 같이 전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한은의 전향적인 금리 인하 검토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6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폭 축소 등으로 2.4%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전월과 같은 2.2%를 나타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당분간 현 상황 유지를 거론한 반면, 2명은 '향후 3개월 내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같은 진단 배경으로 물가상승률 안정화를 꼽았다.

이어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에서 한은이 차선을 바꿀지 고민하는 단계였다면, 이번에는 '차선을 바꾸고 방향을 전환할(기준금리를 인하할)' 상황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총재는 이번 한은 결정에 시장이 지나치게 기준금리 인하를 낙관하고 있다며 앞서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총재는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폭 하락했는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됐다"며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했다.

이 총재는 특히 "아직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상승, 가계부채 등의 위험요인이 많다"며 이들 요인을 앞으로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특히 최근 강세를 보이는 서울의 주택 가격, 증가세를 이어가는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둘러싼 불안정한 상황을 두고 이 총재는 "지난 5월보다 (현 주담대 증가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올라갈 것으로 봤는데, 6월과 7월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통화정책에)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주택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금통위원들과 논의했을 때 (한은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잘못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하지 말자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 이 총재는 "한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모두 가계부채 비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하향 안정화한다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며 "가계부채를 통화정책만으로 관리할 수 없고 정부와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불확실성도 앞으로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지난 한두달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가 안정됐는데, 이제 태풍이 올 시기가 오는 등 지금부터 기상변화가 (작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시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둔화 추세가 둔화하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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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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