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를 무대로 난투극을 벌였다. "당정이 갈라지면 다 죽는다"(원희룡), "덫에 걸려드는 초보정치"(나경원), "총선백서 하나도 못 만드는 당"(윤상현) 등 각 후보들의 공격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집중된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하루만에 '한동훈 사천 의혹' 공세를 재개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0일 오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선 공식 정견발표자리부터 유력 경쟁자인 한 전 위원장에게 다른 후보들의 포화가 집중됐다.
특히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사천의혹' 공격을 재개한 원 전 장관은 연설에서도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고 강조, 한 전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갈등론을 부각했다. 그는 "채 상병 특검? 함께 뭉쳐 싸워야 한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제3자 추천 특검'안을 저격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채널A 방송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는 "대통령실 쪽은 다 배제된 상태에서 한 후보가 폐쇄적으로 (공천을) 논의했다"며 총선 당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 "(한동훈) 위원장님의 주변 인물들, 그 다음 검찰 출신 측근이라는 두 방향을 향했다"고 사천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이어 그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 "무엇이 과연 구태 정치고 사심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이 TV토론에서 '구체적 근거를 대거나 사과하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근거는 때가 되면 제시할 것. 지금 밝히면 전당대회는 덮인다"고 응수했다.
원 전 장관은 앞서 전날 TV토론 당시엔 선관위의 권고 등을 이유로 해당 의혹과 관련 '언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하루 만에 공격적으로 태세를 재전환했다. 그는 이날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격을 확대하지는 않겠지만 공격에 대해 방어하지 않을 순 없다"며 "방어전쟁은 전 세계에서 다 인정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전 위원장을 둘러싼 이른바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에 대해서도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은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 불발과 그로 인한 총선 패배 등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도 작심한 듯 이틀째 원 전 장관의 공세를 강하게 맞받아쳤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공식 정견발표 연설에서 "선관위 때문에 마타도어,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한 다음 하루만에 신나게 마타도어 하는 것, 이것은 구태정치"라며 "이런 건 청산해야한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원 전 장관을 직격했다.
한 전 위원장은 연설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차 원 전 장관의 태도를 두고 "어제 선관위가 무서워서 마타도어,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굉장한 태세전환을 보였는데 오늘 아침 다시 심하게 마타도어를 시작했더라"며 "이런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원 전 장관이 구체적인 공천목록이나 사천 근거를 '전대 이후에 제시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도 "자꾸 도망만 다닌다"라며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정당법에 따르면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고도 했다.
두 후보는 이 같은 사천 논란을 총선백서에 포함시킬 것인가 여부를 두고도 충돌했다. 원 전 장관이 기자들에게 "공천 문제를 안담으면 백서에 무엇을 담나"라고 하자, 한 전 위원장은 "백서라는 게 개인적 정치를 위한 수단인가, 전대를 앞두고 상대 후보 공격을 위한 수단인가" 라며 "(백서 내용을) 왜곡해서 전대 앞두고 영향을 미치겠단 게 가능한 얘긴가"라고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정견발표 시엔 호응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저를 이렇게 부르시는 이유가 뭔가, 저를 이렇게 쓰고 버리기에 100일은 짧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총선책임론에 대한 '시간이 짧았다'는 취지의 반박을 시사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도 한 전 위원장에게 포화를 집중했다. 나 의원은 발표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열차가 광란의 폭주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말솜씨로 이겨낼 수 없다. 이미지 정치로 이겨낼 수 없다. 국정농단? 특검? 그들의 덫에 걸려드는 초보 정치로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정국 돌파를 위해 제3자 추천 특검 주장을 꺼낸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 전 장관이 제시한 한동훈 사천의혹에 대해선 "팩트를 모르니까 거기에 대해 언급을 못하겠다"고 했지만, 정견발표 자리에선 "줄 세우고 줄 서는 계파정치, 계파공천, 밀실공천, 야합공천, 이제 모두 없애버려야 되겠다"고 하는 등 원론을 빌린 공천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둘러싼 문자논란과 관련해서도 기자들에게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 양쪽 모두 중단했으면 하는 말씀"이라면서도 "어제 한 후보가 (영부인 사과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까지 언급했는데,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해당 논란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반박을 비판했다.
'당 기득권 혁파'를 본인의 캐치프라이즈로 내세우고 있는 윤상현 의원도 이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내놨다. 윤 의원은 정견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총선백서 하나 못 만들어내는, 진지한 성찰과 반성도 못하는 사실상 죽어있는 공동묘지 평화 속에 있다"며 백서출간에 대한 반한계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백서와 관련 "만약 과거 허물을 드러낼 용기 없다면 미래도 없다"며 "이걸 발간해하라고 한 후보가 직접 말씀하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한 전 위원장에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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