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고립된 차량 새벽 3시에 구조한 익산시 마을 통장…"당연한 일" 인터뷰 사양

익산시 삼성동 망산마을 오경수 통장의 선행 '화제'

"통장이 그런 일 안 하면 누가 합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인터뷰할 내용도 전혀 아닌데…"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삼성동 망산마을의 오경수 통장(63)은 10일 새벽 트렉터를 이용해 고립된 승용차를 구조한 것과 관련한 인터뷰 요청을 끝내 사양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날 새벽 3시까지 114㎜의 물폭탄이 쏟아진 삼성동 망산마을의 도로에 RV 차량 한 대가 침수된 채 고립됐다.

▲사고현장 모습. ⓒ

인근 하천이 범람해 도로의 일부 구간이 물속에 잠겼는데 차량이 건너가려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도로 한가운데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동네 사람인 차주는 무릎까지 치고 올라온 물 속에서 나와 발을 동동 굴렀다. 견인차가 왔지만 물에 잠긴 도로에 진입하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다.

새벽에 잠에서 깬 오경수 통장은 폭우가 잠잠해진 새벽 3시 20분경에 동네를 한번 돌아봐야 하겠다며 집을 나섰다.

곳곳을 순찰하던 중 물속에 고립된 차량을 발견하고 곧바로 자신의 트렉터를 이용해 견인하는 등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오 통장은 이후에도 도로 배수가 이뤄질 때까지 교통을 통제하는 등 공무원을 도와 복구작업에도 힘을 보탰다. 덕분에 동이 트면서 점차 늘어난 차량의 도로 통행에 큰 문제가 없었다.

오경수 통장은 동네에서 잘 알려져 있는 '망산마을의 슈퍼맨'으로 통한다. 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에 쓰러져 도로교통을 방해하는 소나무를 직접 톱으로 잘라 치워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밭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모터와 관련한 수리도 잘해드린다는 전언이다.

5만평 가량의 농사를 짓는 그가 통장으로 일하면서 마을은 활기를 되찾아갔다. 시원한 성격에 자신에게는 엄격한 오 통장은 "우리 동네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망설임 없이 트렉터를 몰고 침수된 도로로 달려갔다"며 "어둠 속에서 물에 잠긴 도로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통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한 오 통장은 "통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우영 삼성동 동장은 "폭우와 어둠을 뚫고 차량 구조작업을 도와주신 통장님의 선행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호우피해 상황이 빨리 복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시 호우 현장에 나타난 시민 영웅들이 박수를 받고 있다. ⓒ익산시

한편 이날 웅포면에서는 임낙재 웅포면 의용소방대장의 선행도 화제가 됐다.

웅포면에서는 법면경사로에서 유실된 2톤 가량의 토사가 도로를 막았고 그 여파로 배수로가 범람하며 인근 가구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임낙재 대장은 자신의 굴삭기를 이용해 도로와 배수로뿐 아니라 인근 주택 3가구에 쌓인 토사, 잔가지 등을 치우는 작업을 해가 밝을 때까지 새벽 내내 진행했다. 임낙재 대장의 선행으로 도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말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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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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