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건희와 총선 직후 57분 통화…'사과 못한 것 내 책임'이라 했다"

원희룡·이철규·홍준표에 반박…"정작 '얼치기 좌파' 조언 구한 건 韓 아닌 김건희"

진보 논객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총선 직후 직접 통화를 했다면서, 당시 김 전 대표가 '명품백 사건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문자메시지 논란에 대해)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하니 원희룡, 이철규에 이어 댓글부대들이 문제의 문자를 흘린 게 한동훈 측이라고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닌다"며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에게 직접 들었다는 얘기"라고 했다.

진 교수는 대통령 영부인과의 통화는 "지난 총선 직후", "57분"간 이뤄졌다며, 이는 약 2년 만에 이뤄진 자신과 김 전 대표 간의 통화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후 진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진 교수는 통화 내용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밝히며, (☞기사 하단에 진 교수 글 전문 첨부) 김 전 대표가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 한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또 "사실 그때(명품백 사건 당시)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 전화를 했어야 했다. 지금 후회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 드리겠다. 꼭 내가 전화하지 않아도 보시기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언제라도 전화로 알려주기 바란다"며 "내가 믿는 주변 사람들 중에는 자기 사적인 이익만 챙기는 이가 있는 걸 나도 안다. 결국 나 때문에 총선을 망친 것 같아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 한동훈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을 거다. 이제라도 한 위원장과 대통령님을 화해시켜 드리고 싶다.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 교수는 원희룡 캠프나 친윤계를 겨냥 "(총선) 당시만 해도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그 그릇된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강권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두 달 사이에 '사과를 못한 게 한동훈 때문'이라고 그 동네의 말이 180도로 확 바뀐 것"이라며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총선 때 한 후보가 당내 지도부는 제쳐두고 데리고 온 얼치기 좌파들과 진 교수의 조언만 들었다는 것이 헛소문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자신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 간의 유대설을 제기한 데 대해 "한 전 비대위원장과는 총선 끼고 6개월 동안 그 흔한 안부문자도 주고 받은 적 없다"며 "'보수의 정체성을 흔드는 얼치기 좌파'와 장장 57분상 통화해서 조언을 구한 것은 정작 여사님이다. 그러니 나랑 접촉한 게 죄라면, 그 죄는 여사님께 묻는 게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자료사진). ⓒ연합뉴스

다음은 진 교수가 10일 새벽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전문(全文).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하니 원희룡, 이철규에 이어 댓글부대들이 문제의 문자를 흘린 게 한동훈 측이라고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니나 봅니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에게 직접 들었다는 얘깁니다.

지난 총선 직후 거의 2년만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기록을 보니 57분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한 것은 바로 이 통화를 가리킨 것이죠. 지금 나오는 얘기, 이미 그때 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친윤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당시 내가 여사께 직접 들은 것과는 180도 다릅니다.

1. 당시 여사는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합니다. 한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2. 사실 그때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 전화를 했어야 했다. 지금 후회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 드리겠다. 꼭 내가 전화하지 않아도 보시기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언제라도 전화로 알려주기 바란다.

3. 내가 믿는 주변 사람들 중에는 자기 사적인 이익만 챙기는 이가 있는 걸 나도 안다. (누군지는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맥락상 대국민사과를 못하게 말렸던 사람들 중 하나로 이해했습니다.)

4. 결국 나 때문에 총선을 망친 것 같아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 한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을 거다. 이제라도 한 위원장과 대통령님을 화해시켜 드리고 싶다. 도와주셨으면 한다.

당시만 해도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그 그릇된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강권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두 달 사이에 그 동네의 말이 180도로 확 바뀐 겁니다. 사과를 못한 게 한동훈 때문이라고…. 그러니 어이가 없죠.

또 하나 어이가 없는 것은, 보수의 정체성을 흔드는 얼치기 좌파와 장장 57분상 통화해서 조언을 구한 것은 정작 여사님이라는 겁니다. 한 위원장과는 총선 끼고 6개월 동안 그 흔한 안부문자도 주고 받은 적 없고. 그러니 나랑 접촉한 게 죄라면, 그 죄는 여사님께 묻는 게 합당하겠지요.

여사님께 묻지요. 제가 지금 한 말 중에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나요? 그런데 왜 지금 180도 물구나무 선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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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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