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LO 의장국인데, 국민의힘 "외국인에 왜 높은 최저임금 줘?"

與, 최저임금 토론회 열고 차등지급 등 주장…추경호 "업종별 차등화 논의해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저임금을 왜 외국인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높게 줘야 하느냐, 낮은 소득 국가에서 온 분들한테 대한민국 수준의 높은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해줘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의장국인 한국 여당 지도부에서 ILO의 차별금지조약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셈이다.

추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물론 우리가 ILO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차별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되지 않더라도 우리 국내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는 지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은 ILO의 차별금지조약을 비준한 국가로, ILO 협약 111호는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낮은 소득 국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라 하더라도 한국에선 출신국 임금수준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51차 ILO 이사회에서 윤성덕 주제네바 대사가 ILO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21년 만에 ILO 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그밖에도 현행 최저임금 체제와 관련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이것이 수용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차등화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를 다시 꺼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ILO 회원국 간의 '글로벌 스탠다드' 문제가 걸려 있고, 노동계에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ILO가 지난 2020년 발간한 세계임금보고서(2020-21)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제가 있는 회원국 중 53%는 단일 최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업종·연령·숙련도·직종 등에 따라 복수의 최저임금을 운용하는 차등적용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해당 차등제도의 경우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보다는 개발도상국들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서의 차등제도 적용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ILO는 "지나치게 복잡한 최저임금 체계는 실효성을 잃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노사 간 단체교섭을 방해할 수 있다"고 최저임금 차등지급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 "법에도 기본적인 근거는 있지만 강제되지 않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을 용역을 줘서 깊이 있는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논의 매듭이 잘 되고 있지 않다"며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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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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