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사법리스크 '내로남불'

[최창렬 칼럼]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한국정치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이 선고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와 맞물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를 이화영의 대북송금 공모자로 보고 있는 검찰의 기소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포함하여 모두 4개의 재판을 받게 되었다.

민주당은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하고 이화영을 회유했다'며 검찰의 조작 수사를 밝히기 위한 대북송금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당헌을 개정하여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또한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20%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국회 개원 벽두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특검법 다섯 개를 발의했다. 가히 거침없는 진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행동들은 이 대표의 대권 행보와 연관시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지난 4월의 22대 총선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2년 후 대선에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상대 진영에 정권을 내줬다.

정당정치사가 워낙 변수가 많고 가변적이기 때문에 지난 정치사를 반추하는 게 의미가 없을지 모르나,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문재인 정권 때의 조국 사태 이후 나타났던 강성 지지층에 의존한 정치보다 더 강경하고 경직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가 기소된 여러 재판의 최종심 결과가 다음 대선 전까지 내려질 확률이 크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설령 1심과 2심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이 결정돼도, 형사사건에서는 최종심 이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야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위치에 있는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하급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지지율 하락 등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야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는 입법권과 강성 지지자들의 대대적인 캠페인 등으로 이를 돌파하고, 법원과 검찰을 규탄하며 사법부 탄핵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 왜곡죄'가 그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 당 대표직의 무리한 연임과 임기 연장, 당원들의 국회직 투표 참여 등, 층위를 달리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대표라는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듯한 민주당의 행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로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으나 영장이 기각됐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야당과 검찰의 시각이 정반대이지만 이 대표로서는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고 대선 후보를 거머쥐기 위해 대표직 유지와 부정부패 연루자 당직 배제 조항 삭제 등의 조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대통령이 된다면 여러 사법적 문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계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조항을 둘러싼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 여전히 변치 않는 수직적 당정 관계, 집권당답지 못한 국민의힘의 처신, 해병대원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 대해 민심과 괴리된 여당과 대통령실의 태도는 민주당의 행동들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이 대표의 정치공간과 경계를 확장하는 숙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개입 여부다. 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도 사법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여권의 실정은 열거하기도 벅차다. 지지율이 말해주므로 더 이상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권측의 국정난맥이 입법권력을 갖고 있는 야당의 무리한 행태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양 진영에 속해있는 정치적 인자들은 단순한 종속변수를 능가하는 굴신(屈身)의 존재들인가. 왜 아무도 말을 못하는가. 그들은 직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왜소한 정치기능인인가.

특히 제22대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나타났던 이재명 개인의 압도적 영향력 아래 숨죽이는 제1야당의 거대한 의석이 특정인을 보위하는 괴력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민의의 왜곡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냥꾼이 토끼몰이를 하듯 윤석열 정권의 탄핵을 겨냥한 행위가 순수성을 상실하고 이재명의 대권가도를 위한 정략에 기초한다면 그 시도는 탄력을 받을 수 없다.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퇴행적인 일들이 사라지려면 여권이 민의를 정확히 읽고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하고, 여권이 채 상병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명분을 잃는다.

무엇이 진실인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검찰의 수사가 조작인지,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관여했는지는 결국 사법부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더 이상 이 대표 재판을 끌어선 안 된다. 대선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진실을 모른 채 또 다시 투표에 임하게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과 야당 수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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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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