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 사직 후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복귀시키고자 각 병원을 통해 개별상담까지 진행했지만, 전공의 복귀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은 대다수 전공의가 연락조차 받지 않아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이탈 기간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할 방안에 관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들, 병원 전화도 안 받는다"…출근율 10%도 '난망'
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을 복귀시키고자 각 수련병원의 병원장과 진료과장 등에 요청한 개별상담의 결과 제출 기한을 지난달 29일에서 31일까지로 미뤘다.
상담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었다.
기간을 늘렸지만, 전공의들은 계속해서 '묵묵부답'이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부분 전공의가 전화 자체를 받지 않아서 면담 자체가 성사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들도 "당장 구체적인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없다"거나 "상담 마지막 날까지도 극소수 전공의만 참여했다"며 "아마 복지부에서 만족할 만한 숫자를 보고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도 비슷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장님이나 진료과장님들께서 개별면담을 해서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유도하려는 게 이번 상담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전공의들이 병원의 상담 요청에 응답을 별로 안 한 것 같은데, 결과 제출 기한 준수가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월요일(3일)까지도 결과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개별상담 후에도 전공의 출근율은 10% 남짓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4월 30일 577명에서 지난달 28일 699명으로, 한 달간 하루에 4명꼴로 늘어났다.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수련병원 211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가 973명(전체의 7.1%)이므로 이 속도라면 개별상담 후에도 10% 달성조차 어려운 셈이다.
고민 깊어진 정부…"이탈 기간에 따라 처분도 달라질 것"
정부는 병원장과 진료과장 등을 통한 복귀 타진이 어려워지자 전공의들의 발길을 돌릴 다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앞서 그동안 중단했던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도 했지만, 지난달 31일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 대상 유연한 처분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당장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 등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현장 이탈 기간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전 실장은 "이탈 기간이 다르면 그에 따른 처분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며 "복귀한다면 수련을 제때 마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할 텐데, 하루라도 더 빨리 복귀하면 더 빨리 수련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돼 원하던 길로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공의의 경우 집단 사직에 따른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늦어졌는데, 이마저도 구제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수련 완료 조치는)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마다 사례가 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방법이든 전공의들이 먼저 돌아온 다음에야 검토할 수 있다"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도 "법 개정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정부 내에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공의 없는 병원' 준비 착수…의료개혁특위 박차
정부는 계속해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이른 시기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공의 의존도를 줄인 '전문의 중심 병원'을 정착시키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 '빅5'의 경우 전체 의사 인력의 40%에 달하는 전공의 비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할 예정인데, 시행 시기를 올해로 앞당기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안 들어오면 안 들어오는 대로 현재 비상진료체계를 만들었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의료개혁특위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는 지난달 28일 2차 회의를 열고 전문의 중심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운영 혁신방안을 논의했다.
당일 전문위원회는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이런 의료공급·이용체계를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이 전문위원회는 앞으로 격주로 회의를 열고,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 방안도 구체화해 올해 안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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