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져 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21대 국회에 잠드는 법안들] 양육비 선지급제 담은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폐기

5년간 두 아이의 양육비 7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30대 남성이 30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양육비 미지급 사례 중 실형이 선고된 판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 문종철 판사는 30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 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유씨는 2019년 9월부터 최근까지 전 아내 조 씨에게 두 자녀의 양육비 77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조 씨에 따르면, 유 씨는 잠깐의 일용직 생활을 제외하면 결혼 기간 일을 하지 않은 채 불법 토토 등 유흥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다. 조 씨는 직장을 다니며 귀금속과 아이 돌반지 등을 팔고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씨의 유흥비를 감당하지 못해 전기와 수도가 끊길 지경에 이르자 끝내 이혼을 결정했다. 이혼 당시 법원은 유 씨에게 "두 아이 양육비로 매달 140만 원을 조씨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유 씨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 각종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조 씨는 유 씨의 실형 선고를 듣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조씨는 재판장을 나온 직후 <프레시안>에 "밤낮으로 울면서 억지로 버티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짧게라도 실형이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이혼 과정에서 얻은 대출과 양육비 미지급 등으로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 씨가 나와 아이들에게 한 행동에 비하면 3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법안들이 다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라도 조속히 입법되면 좋겠다"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양육비 강제징수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이혼·미혼 한부모 중 72.1%는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기 지급을 받았다는 답변은 15.0%에 불과했다.

여야는 이같은 실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의지를 밝혀왔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애초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경기도 광명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 늘어 양육비 문제로 어려움 겪는 사람들 많다"며 "양육비 선지급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양육비 선지급제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해 지난 2월 여야가 각각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4월 총선 이후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이 격화되자 양육비 선지급제를 담은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지난 29일 자로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국가가 양육비 피해자들에게 먼저 양육비를 주고 채무자에게 대신 청구하는 양육비 선지급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형사고소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 문종철 판사는 30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38)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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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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