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는 대한민국에 대한 삐라살포가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며 한국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서 이를 당장 제지시키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량해(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29일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전단 및 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날려 보낸 가운데,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그간 남한의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전단과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비슷한 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한국 괴뢰군대 합동참모본부는 어제(28일) 밤부터 우리가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자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며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라고 하면서 즉각 중단하라고 고아댔다"며 "우리가 저들이 늘쌍 하던 일을 좀 해보았는데 왜 불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야단을 떠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우리가 수 년 동안 그리도 문제시하며 중단을 요구해왔던 너절한 물건살포놀음에 저들자신이 직접 당해보고 나서야 결국 단 하루 만에 백기를 들고 투항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저 한국것들의 눈깔에는 북으로 날아가는 풍선은 안보이고 남으로 날아오는 풍선만 보였을가?"라며 "지금 쓰레기같은 한국 것들은 우리에 대한 저들의 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라고 떠들고 그에 상응한 꼭 같은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는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고있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 뻔뻔스러움의 극치"라며 "한국 족속들이라는 것이 얼마나 졸렬하고 철면피한 것들인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전체 조선인민이 신성시하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헐뜯는 정치선동오물인 삐라장들과 시궁창에서 돋아난 저들의 잡사상을 우리에게 류포(유포)하려 했으며 똥개도 안 물어 갈 서푼짜리 화페짝과 물건짝들을 들이밀며 우리 인민을 심히 우롱모독한 한국 것들은 당할만큼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족속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의 정의로운 '표현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며 "한국 것들은 우리 인민이 살포하는 오물짝들을 '표현의 자유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로 정히 여기고 계속계속 주어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계속 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는 그간 남북 간 민감한 문제가 돼 왔다. 남한 민간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실체를 알려야 한다며 전단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는데, 북한이 이를 물리적·군사적으로 대응하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됐고 국가 전체 안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한 정부는 민간 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이를 일률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 필요할 때 전단 살포를 제지해 왔으나, 정부가 살포를 막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을 경우 전단 살포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전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던 북한은 결국 2020년 개성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전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말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에서 해당 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이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기존 법률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지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법률 제한으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해당 법률이 신설되기 전부터 남한 사회에서는 접경지역의 주민 안전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두고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2020년 당시 통일부는 해당 법률 조항 신설을 준비하면서 2016년 대법원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 제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판례를 도출한 점을 강조했다.
또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통해 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37조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법률이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다만 이 조항에서는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 제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률 개정을 통해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견도 있어 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 및 삭제를 주장해 왔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9월 11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개최한 세미나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다"며 "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기존 법률과 행정 수단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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