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열심히 본다고 투자 성공할까요? 좋은 투자는 바로…

[픽터뷰]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이광수 인터뷰

"경제 유튜브 열심히 본다고 투자 성과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집중할 부동산 이슈는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전세 사기 해결입니다."

"가장 좋은 투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쓴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우리 머리 속에 흔히 떠오르는 투자와는 다른 '투자'를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일확천금이 아니라 길게 보는 투자, 시장의 가격 변동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예산과 시간에 맞추는 투자를 강조한다. 이런 투자는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우리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정부 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이끄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광수네, 복덕방'은 중개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독립 리서치 회사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예측을 부탁하자 "부동산가 하락"을 전망했다.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수요가 줄었는데 매도 물량이 늘었기 때문. 실제 2022년과 2023년 서울 강남지역마저 집값이 떨어졌다. 그는 그렇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부동산이 폭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기 위한 위기론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책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진행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프레시안(김봉규)

벼락 거지? 투자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 :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다(투자)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삶, 이 두 가지인데, 이 둘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이광수 : 삶과 투자는 사실은 연결이 돼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걸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크더라고요. 단순하게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투자한다, 관계에 투자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를 한다 등 투자는 모든 것에 다 해당됩니다. 그래서 제가 책에서 마지막에 가장 좋은 투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썼습니다.

프레시안 : 한국은 서구와 달리 급속한 산업화, 자본주의화를 이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산 축적에 대한 인식도 '벼락부자'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멀리 보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가요?

이광수 : 우리가 그간 생각해온 돈을 버는 건 자산 가치가 올라서 빨리 팔아서 내 돈 챙기고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투자 방법은 안 통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요. 저성장으로 가고, 인구도 감소하고, 우리나라 전체가 이제 자본이 성숙돼 있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자본에 대한 이득보다 자본을 어떻게 운영하고 꾸준하게 이익을 얻을 것이냐 이런 방법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거죠. 이렇게 투자의 관점이 바뀌어야 되고 사실 그런 분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 중산층도 많아지고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투자를 통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 투자가 오히려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지 않나요?

이광수 : 제가 최근에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단어가 '벼락 거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전세계 자산 가격이 폭등해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주식 가격도 올랐죠. 그러면서 한번도 투자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그냥 성실하게 일만 한 사람들이 '벼락 거지'라고 조롱받게 됐습니다.

투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면 역설적으로 어떤 환경이 조성되냐면 투기를 못해요. 많이 사람들이 투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누군가 사기를 치고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적어집니다. 그래서 투자를 많은 분들이 알면 경제적 불평등이나 빈부 격차가 더 해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집값 떨어지지만 절대 폭락하진 않는다…속지 말자

프레시안 :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정말 민감한 문제입니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면 정권이 바뀝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망을 밝히셨는데, 정말 떨어질까요?

이광수 : 저는 애널리스트고 현재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건 나침반입니다. 나침반 바늘은 자기 의지가 없이 북쪽이 있기 때문에 북쪽을 향하는 거죠. 저는 시장 전망할 때 그런 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동안 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데이터를 보고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지, 제 의지와는 무관합니다. 지난 2022년에서 2023년 초까지 집값이 크게 빠져 강남불패라고 하는 지역도 5~6억씩 빠졌습니다.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집값 하락을 바라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 급격하게 빠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광수 : 다른 자산과 다르게 부동산은 사용 가치가 있어 절대 폭락하지 않아요.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은 폭락했는데, 이건 부동산 자체가 폭락한 게 아니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 폭락한 거예요. 부동산 자체는 다시 회복하고 살아났습니다.

부동산은 사용 가치가 있어 절대 우려하는 것처럼 빠지지 않기 때문에 위기를 자꾸 조장하는 겁니다. 부동산 빠지면 대한민국 큰일 난다, 일본처럼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빠질 때 부양책을 써야 된다. 근데 여기에 속으면 안됩니다.

이런 말들이 반복되니까 무주택자들도 가격 빠지는 걸 두려워하는데, 저는 이게 안타까워요. 최근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 국민의 70% 이상이 종합부동산세를 반대합니다. 그 이면에 보유세가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 보유세는 전체 인구의 3%밖에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국민의 70%, 80%가 반대하는 건 부동산에 대한 학습된 공포와 위기의식이 있다고 봅니다.

1주택자 종부세 깎아주자는 민주당, 충격적이다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1주택자의 종부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광수 : 문재인 정부 때 왜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이 안 먹혔는지를 봅시다. 보유세를 올리면 뭐 합니까? 2~3년 후에 풀어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자기 실현적인 예언이 실제로 실현된다는 걸 그동안 계속 봐왔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양도세를 올려도 안 팔면 그만이고 나중에 깎아줄 거라고 반응합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니까 다 깎아줬구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부동산 세금이라든지 정책을 통해서 뭔가 시장을 조율하고 표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안정성을 차라리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정하니까 안 바뀐다는 신호를 시장참여자들한테 줘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깎아주는 걸 검토하자는 민주당의 원내대표의 말은 정말 충격적이죠.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거잖아요.

프레시안 :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근거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광수 : 우선 현 대한민국 집값을 계속 받쳐줄 수 있는 수요가 부족해요. 다른 재화나 자산시장과 다르게 부동산은 그 가격을 감당해낼 수 있는 수요가 중요해요. 저희가 주식시장에서는 수요 걱정을 하지 않아요. 심지어 아이들도 용돈 받으면 부모 허락을 받아서 그 돈으로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그게 안 돼요. 그래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고, 한국은 지금 수요가 감소한 상황이에요. 집값은 살 사람이 없다고 바로 빠지지 않습니다. 그냥 거래만 안 될 뿐인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싸게 내놓기 시작하면 집값이 빠지는데, 최근 매도 물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택 수요를 자꾸 혼동하는 측면이 있어요. 모두가 강남에 살고 싶어하고 강남 불패를 이야기하는데, 이건 수요가 될 수 없어요. 사고 싶어도 못 사니까요. 그래서 이 집값을 버티기가 힘들어요. 세상에 그렇게 계속 올라가는 자산시장은 없죠.

프레시안 : 흔히들 상투를 잡았다, 바닥을 쳤다, 이런 표현을 쓰는데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경우 집값이 떨어져도 산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 대한 불신도 큽니다.

이광수 : 저는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제일 저점에 살 거야' 이런 욕심을 버리려면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무주택자들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내 예산 규모에 맞춰 적절한 가격대가 되면 내 집을 마련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다주택자들이 많고, 그래서 변동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만약 집값이 떨어졌을 때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엄청나게 안정될 겁니다. 2023년에 집값이 떨어졌을 때, 또 다주택자들이 집을 샀습니다. 집값이 막 오르고 2021년에 고점 찍었을 때는 다주택자는 팔고 무주택자가 샀어요.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투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구조적으로 크게 접근하기 보다는 아주 작은 문제들로부터 변화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면한 문제가 전세사기 해결입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방향성을 갖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고 그들 삶의 터전을 확보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사람들은 더이상 불안에 떨지 않게 됩니다.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 '로또'를 바라는 부동산 시장

프레시안 : 과거에 비해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 참여자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더 중요해졌는데, 과연 현재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광수 :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 벽두부터 주식시장에 갔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산에서 소비국가로 전환되고 저성장으로 가면서 투자가 굉장히 중요해졌고, 이걸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투자를 다루는 방식은 불안을 조장하고 있어요. 안 하면 안 돼, 넌 뒤처질 거야, 그리고 네가 잘하려면 부자들이 돈을 쓰고 주식을 사줘야 해, 그러니까 부자 세금 깎아주는 거 찬성해.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불안하죠. 지금 부동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가 강남의 '로또 분양'입니다. 한 채를 분양 받으면 20억 시세차익이 난대요. 그래서 수십만 명이 몰려들어요. 대한민국은 투자가 아니라 로또 세상이 돼버린 거예요.

프레시안 : 경제 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서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고, 그게 자산이 불어나는 수단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기가 힘듭니다. 젊은 세대의 불안은 여기에 있습니다. 세대간 자산 격차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요?

이광수 : 그래서 공공이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공공이 잘하면 불안이 없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서울의 전 세계에서 서울과 뉴욕에서 슈퍼카들이 잘 팔리는데 그 원천은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국가들은 우리보다 1인당 GDP가 훨씬 높은데 슈퍼카를 사지 않아요. 왜요? 안전하고 공공이 그만큼 받쳐주니까 불안에 떨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얻고 불안에 떨지 않고 내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긍정적으로 쌓아갈 수 있거든요. 지금 대한민국은 공공의 이 역할을 못해주니까 불안한 거죠. 전세 사기당하고 내던져는 거예요. 이제 정치의 시간이라고 보거든요. 지금 민주당이 보유세 깎아주자는 얘기를 할 때입니까?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위인들을 빼고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돈을 벌려고 하는 목적,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목적이 결국 나와 가족의 행복으로 향햐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궁극적인 투자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욕망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하는데 지금은 불안으로 내모는 것 같습니다.

경제 유튜브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보수적 경제지 뉴스 확대·재생산

프레시안 : 부동산을 포함해 투자 시장이 심리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보를 가진 소수가 왜곡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언론 보도, 유튜브 등을 통해 관심이 있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말 이렇게 관심이 많구나, 정보가 너무 넘쳐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광수 : 투자를 할 때 많은 정보와 투자의 성과는 인과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근데 우리는 미국 연준 위원 이름까지 외우려고 해요.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데 핵심도 아니고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유튜브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지금 위험해졌다고 봅니다. 정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언론의 또 다른 파생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냥 뉴스를 취합해서 읽어주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뉴스의 힘이 더 커졌고 왜곡된 보도나 정보가 더 파생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경제지들이 굉장히 보수화돼 있는데 거기에 좀 대항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그 출처를 흔들고 싶고 제가 만든 독립 리서치 회사인 '광수네, 복덕방'이 하고 싶은 작업이 이런 것들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음, 이든하우스 펴냄. ⓒ이든하우스

(이광수 저자의 인터뷰는 추후 영상(https://www.youtube.com/@CooPEEC)으로도 공개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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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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