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개월째 금리 동결…"금리 인하 깜빡이도 안 켰다"

"5월 수정 경제 전망 중요…한두달 더 지켜봐야"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월 이후 10개월째 같은 선택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하반기에도 대외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금통위 결과를 이렇게 밝히며 "하반기에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지금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동결을 기존 긴축 기조의 연장으로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유가로 대표되는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유지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최근 경제 매체 등을 중심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며 "저희는 지금 깜빡이를 켤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다음달이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과 관련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은 생각보다 좋지만 상반기에 예측하지 못한 유가 등의 변수를 봐야 한다"며 "5월 수정 경제 전망이 나온 후 한두 달은 더 (경제 여건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변수 역시 한은에 중요한 정책 결정 요인이라고 이 총재는 들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9월 이후에야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른 데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해 오히려 소비자물가(헤드라인)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장기간 활황을 이어가는 영향이 반영돼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미뤄졌다"며 "다음 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처럼 주도적인 통화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지적을 두고 "미국 경기는 현재 예외적으로 좋아서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만 봐도 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기축통화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비교하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이 총재는 현 환율 상승세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환율은 우리 문제가 아니라 달러 강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서학개미(해외주식투자자) 등으로 인해 해외순자산이 늘어난 만큼, 환율 상승세가 마냥 나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의 원화가치 하락은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고 이 총재는 평가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엔화와 위안화는 절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며 "그 때문에 (원화 가치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기업부채 문제도 가계부채 문제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이 총재는 말했다.

"기업부채가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가 될 정도여서 관리가 필요"한 건 맞지만 "최근에는 기업 자본도 부채와 같이 증가해 부채비율(자기자본/부채 비율)로 보면 증가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이유를 이 총재는 들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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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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