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일 가자 남부서 병력 물린 이스라엘 속내는?

하마스 대부분 해체 판단, 소규모 작전 준비?…미 "휴식 및 재정비·새 작전 시사 아닐 수도"

지난주 미국이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조건부 지원을 천명한 가운데 이스라엘군(IDF)이 7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물렸다. 국제사회가 만류하는 가자지구 최남단 피난민 밀집지 라파 전면 공격을 앞두고 나온 결정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같은 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결과에 대한 보도는 엇갈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7일 이스라엘군은 지난 4달간 집중 공격했던 칸유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남부에 1개 여단만 남기고 모든 지상군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남은 1개 여단은 이스라엘이 전쟁 중 조성해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분리하는 네차림 회랑을 지키는 임무를 맡는다.

6.5km 길이의 네차림 회랑은 가자지구 접경 지대인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 인근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져 가자지구를 동서로 관통한다. 기존 2km 가량 존재하던 길을 이스라엘이 전술적 목적으로 연장해 차량으로 몇 분이면 끝에서 끝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매체는 네차림 회랑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를 급습할 수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북부로 복귀하는 것을 방지하며 인도주의 단체들이 북부로 구호품을 전달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병력 철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진행된 철수의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 지원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난민 140만 명이 몰린 라파 전면 공격도 반대해 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7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남부 철수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면서도 "4달간 전장에 있던 병력의 휴식과 재정비에 관한 것이지 반드시 이들 병력이 곧 수행하게 될 새 작전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철수 발표와 같은 날인 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내용의 이집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한 이집트 언론 보도가 8일 나오며 희망이 더해지기도 했다. 양쪽이 기본 사항에 동의했으며 이틀 안에 카이로로 돌아와 최종 협상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통신은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회담을 앞둔 지난 5일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스 알사니 군주(에미르)에게 협상에서 하마스 쪽 동의를 확보하기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하마스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7일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교환 외에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의 귀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고위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이스라엘 언론에 "협상이 곧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양쪽의) 간극이 여전히 크고 지금까지 극적인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철수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7일 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멈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철수한 병력이 "향후 임무를 준비 중이다. 우리는 알시파에서 그러한 임무의 예시를 봤다"고 밝히고 "라파 지역에서의 향후 임무"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라파 침공 계획이 건재함을 시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지난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가 다시 나타났다며 4달 만에 재진입해 작전을 벌였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철수가 휴전을 염두에 뒀다기 보단 이스라엘군이 올 초 가자지구 북부에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일단 병력을 물린 것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기반을 둔 국가안보연구소의 코비 마이클 선임 연구원이 "우린 아주 작은 지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보를 입수하면 국경을 따라 병력을 배치하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24개 대대 중 18개가 해체돼 하마스가 더 이상 조직화된 군사 부대로 기능하지 않고 소규모 조직으로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군이 현 상황에선 지난달 알시파 병원에서 벌인 것과 같이 새 정보에 근거한 소규모의 지역화된 작전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전 위기도 계속됐다. <로이터>는 7일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7일 이후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제한적 교전 중인 북부 국경에서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 준비됐다는 성명을 내고 "정규군과 예비군 지휘관들이 몇 시간 안에 필요한 모든 병사를 소집하고 장비를 갖추고 방어 및 공격 임무를 위해 최전선을 이동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달간 교전으로 헤즈볼라 전투원 270명과 레바논 민간인 50명이 죽었고 레바논 남부에서 9만 명이 피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에선 6만 명이 피난했고 18명의 민간인 및 군인이 숨졌다.

이란이 지난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내 이란 영사관 폭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뒤 보복을 공언한 가운데 7일 할레비 총장은 이스라엘이 "다중전선 전쟁"에 직면해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공격과 방어 모두에서 어떻게 이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에 대비했고 훌륭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이란에 강하게 대응하는 법을 안다. 미국 및 역내 전략적 파트너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조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7일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인 야히야 라힘 사파비가 전세계 이스라엘 대사관 중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병력을 물린 가운데 한 남성이 칸유니스의 부서진 건물 앞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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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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