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KBS 방송장악" vs "진중권 하차, 언론이 좌편향"

[총선 이슈 정리②] 與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 확대 vs 野 방심위 축소, 언론중재법 재추진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패에 가장 촉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언론계다. 공영‧준공영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여러 언론 기관의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승기를 가져갈 경우 정부의 대(對)언론 장악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승리할 경우 현 정부 비판에 대한 족쇄는 풀리는 대신, '언론중재법' 통과로 언론에 무차별적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지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국방송공사(KBS)가 윤석열 정부 입맛대로 재편되고 있다며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총선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1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담긴 대외비 문건이 발견됐다"며 해당 문건의 실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고 최고위원은 "어제 MBC(문화방송)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제목에 '대외비'라고 적시된 18장짜리 문건은 박민 KBS 사장이 내정된 10월쯤 박 사장에게 전달된 일종의 지침"이라며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했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흡사한 윤석열 정권 버전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건은) 정상화의 우선 과제로 언론노조 KBS본부 노조 중심의 노영방송 단절, 불공정 편파 왜곡 가짜뉴스 근절을 꼽고 있고, 방만 경영해소 경영 효율화 등을 제시하면서 제청 즉시 챙겨야할 현안 첫 번째로 대국민사과를 언급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 수용과 대국민사과, 정원 축소, 임금삭감 등 박민 사장 취임 후 진행된 일련의 행위들이 해당 문건 내용과 대부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민 사장은 이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인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것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고 최고위원은 "문건의 내용은 방송법, 노조법 위반 소지를 비롯해 매우 심각한 공영방송 파괴 및 장악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즉시 해당 문건의 작성자와 공유자, 실행과정에 개입한 인물 등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공영방송 KBS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민 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번에 공개된 대외비 문건이 현 정부가 공영방송을 노골적으로 사유화하려 했음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총선 국면에서 '언론 장악'을 정권 심판론의 근거로 활용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미 총선 정책 공약 중 하나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보장'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시청자 중심의 공영방송 사장·이사 선임제도를 만들고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의 자격 요건을 엄격화게 법정화하겠다고 했다. 또 이사 및 사장 선임에 불법적으로 개입할 시 엄중 처벌하는 방안도 공약 사항에 포함했다.

아울러 보도‧제작‧편성권과 경영의 분리‧독립을 명문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통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집에 공영방송 관련 내용을 아예 넣지 않았다. '현행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언론의 '좌편향'이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부대변인 논평에서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CBS 라디오 생방송 도중에 돌연 하차를 선언했다"며 "우리 좌편향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좌편향 매체의 시사 프로그램 전반에 팽배한 친(親)민주당 편향성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진 교수의 외침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다만 보수진영 일각의 개혁신당은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을 1호 공약으로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사장 자격요건을 '방송경력 10년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외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등도 임명동의제 도입,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공영방송 지배 구조가 일정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KBS 못지 않게 운명의 갈림길에 선 기관이 있다. 방심위다. 현재 민주당은 방심위가 윤석열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 무리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방심위 역할은 대폭 축소되거나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 '방심위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며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 네 가지를 내놓았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정치심의 요소 폐지 및 심의 대상의 법정명문화(심의대상 열거주의) 추진', '정치적 악용 차단 위해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부분 전면 개정 또는 폐지',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만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심의 신청 허용 등 방안을 제시했다. 모두 방심위의 과잉 심의 차단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고안한 제도적 방안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도 "방심위 문제가 방송 통제와 검열을 통해 민주주의 퇴보를 가져오고 있다"며 '방심위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개혁신당도 방심위 권한과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정의당은 방송심의는 폐지하고, 통신심의에서는 성표현·성범죄·혐오차별표현 등에 대한 심의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속한 심의를 위한 방심위 역할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된 허위‧조작 콘텐츠가 국민을 호도하고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위협으로 등장했다"며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패스트트랙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방심위에 마련된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통해 신속한 심의와 후속 구제 조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을 강화해 가짜뉴스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

한편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언론중재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언론중재법이란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약칭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부터 이른바 '조국 사태'가 언론의 허위 오보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건'으로 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아울러 언론중재법 입법을 개혁입법 과제로 강하게 추진해왔다. 지난 2021년 검수완박 법안과 달리 국회 통과가 좌절되며 언론중재법 입법은 차기 국회 과제로 미뤄졌다.

민주당은 다음 국회에서 '언론개혁' 입법을 완수하기 위해 양문석‧최민희‧김현‧노종면 등을 대거 총선에 투입했다. 노종면 전 YTN 앵커는 인재영입식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악의적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라는 의제를 공론의장에 올린 경험이 있다"면서 "비록 법제화 문턱에서 좌초하고 말았지만, 각론을 둘러싼 이견과 별개로, 여전히 시민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언론개혁 정책이다. 합리성과 실효성을 강화해 다시 추진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길이라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게다가 국민의힘에 이어 정의당도 이 법안에 반대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강한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021년 언론중재법 입법을 두고 국회 내 신경전이 한창일 당시 "한국의 언론 자유 수준은 매우 높다. 그러나 언론의 책임 수준은 매우 낮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뿐"이라며 언론중재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박민 KBS 사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KBS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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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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