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연체율, 1년 새 두 배 증가…떠오르는 위기설

기업대출·기업 대출 부실채권도 증가세

작년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 연체율도 올라갔다.

전문가들이 금융 시장을 흔들 뇌관으로 주목한 부동산 PF 부문 취약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타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내리막을 보여 세간에서 거론되는 '4월 위기설'의 주목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시중의 우려가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135조6000억 원이었다. 같은 해 9월 말(134조3000억 원) 대비 1조4000억 원 증가했다.

연체율도 올랐다. 이 기간 연체율은 2.42%에서 2.70%로 0.28%포인트 올랐다.

한해 전인 2022년 말(1.19%)과 비교하면 1.51%포인트 급등했다. 부동산 위기론이 계속된 와중에도 부동산 PF 부실 위험 관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모습이다.

업권별로 PF 연체율을 나눠 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 6.94%에 달했다. 전 분기 말(5.56%) 대비 1.38%포인트 상승했다. 전 업권에서 연체율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은행의 PF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5%포인트 올라 0.35%가 됐다.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21%포인트 올라 4.65%가 됐다.

반면 상호금융(-1.06%포인트), 증권(-0.11%포인트), 보험(-0.09%포인트)의 연체율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부실 PF 사업장에 만기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한 결과 묻힌 부동산 PF 위기가 4월 총선 이후 불거지면서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근거 없는 우려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PF 연체율이 소폭 올랐으나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이라며 "과거 위기 당시 역사적 고점에 비하면 연체율과 미분양 수준은 낮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연체율이 역사적 고점을 찍은 때는 지난 2012년 말이다. 당시 연체율은 13.62%에 달해 지금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감독원

그럼에도 세간의 우려가 이어지는 까닭은 최근 추세에 있다. 부동산 PF 연체율이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말 0.86%에서 같은 해 4분기 말 1.19%로 올랐다. 작년 말에는 2.70%까지 오르면서 1년 사이 두 배가 넘는 상승세가 나타났다.

PF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새마을금고가 금융위원회 감독 소관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관리 소관이어서 해당 통계에 제외된 점도 변수다.

이날 행안부가 공개한 지난해 새마을금고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전체 연체율은 전년 대비 1.48%포인트 오른 5.07%였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7.74%에 달해 전년 대비 2.13%포인트 급상승했다. 상호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율(4.31%)을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넘는다. 이 중 적잖은 지분을 부동산 PF가 차지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총선이 지나면 국민 경제 부실화가 본격화한다'는 세간의 우려를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마을금고 사례에서 보듯,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도 최근 들어 문제다.

지난 21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자료를 보면, 작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이 전 분기 말 대비 1조 원 증가해 12조5000억 원이 됐다. 이 중 10조 원이 기업여신 부문 부실이었다.

신규 발생 부실도 기업 부문에 집중됐다. 작년 3분기에서 4분기 사이 발생한 신규 부실채권 5조7000억 원 가운데 4조4000억 원이 기업 여신 부문이었다.

부실화는 오히려 대기업 부문에서 심했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0.59%였다. 이 중 대기업 여신은 같은 기간 0.11%포인트 오른 0.50%였다. 중소기업 여신은 0.03%포인트 오른 0.64%였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은행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기업 부문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올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262조4000억 원이었다. 한 달 사이 8조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2021년 2월(8조9000억 원) 이후 2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이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 부문의 부실채권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1100조 원을 넘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이 더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135조6000억 원이었다. 같은 해 9월 말(134조3000억 원) 대비 1조4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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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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