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구도, 불평등 최전방 노동자들에게 매우 절망적"

[토론회] 공공운수노조, '공공성'과 '노동권' 확대 요구

"불평등의 최전방에 놓인 노동자 서민에게 지금의 총선 구도는 매우 절망스럽다."(이승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이승철 정책기획실장은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사와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정쟁과 이합집산 합종연횡으로만 가득 차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지금의 총선 구도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각종 개악법안이 여소야대 국회 구조 속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폭풍 같은 개악입법 국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민주당 역시 철산법-자원안보특별법-정의로운전환법 등 많은 개정 논의 과정에서 친자본-반노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만큼, 총석 직후 입법 스탠스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막는 것과 함께 공공성-노동권을 중심으로 한 입법-정채과제가 총선을 계기로 널리 확산되고 쟁점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22대 총선은 들어라! 공공성-노동권 확대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했으며, '공공성'과 '노동권'을 주제로 각각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 3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제22대 총선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성 개악 정책, 언제나 긴축재정과 함께 들어온다"

'공공성'을 주제로 한 1부에서 발제를 맡은 이 정책기획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시장중심-긴축재정 기조를 비판하며 이번 총선에서 △ 공공성 확대를 위한 확장재정 △ 국가책임 일자리 △ 기획재정부 권력 해체 및 전면 개혁 △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정교섭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먼저, 확장재정과 관련해 "정부가 지난 1월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본질적 진단과 실효적 대안 없이 '부자 중심 부채 기반 경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긴축 기조로 긴축의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영역은 △ 복지 △ 일자리 △ 공공서비스이며, 이는 곧바로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철도 전기-가스-의료 등 전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영화-영리화' 정책, 건강보험 국고재정 투입 외면과 사회서비스원 폐지 및 민간 이양 추진 등 다양한 공공성 개악 정책은 언제나 긴축재정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다"고 경고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따라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에서 필요한 재정정책은 △ 취약계층 일자리-소득지원 △ 부자 재벌 증세 및 조세체계의 누진성 강화 △ 공공서비스 공급 확대 등"이며 "재벌중심-시장중심 경제체제로 나아가는 가운데 국가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국민 겁박' 용도"인 재정준칙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다음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공공성 확장을 통한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부문(일반 정부+공기업) 고용 비중은 10.2%로 OECD 평균 20.1%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빈약한 공공부문 고용구조는 △교육 의료 등 핵심 공공서비스 분야에서의 공공비중 하락 △기존 공공부문의 광범위한 민영화 및 경쟁체제 도입(운수-에너지-IT 등) △ 신규 공공서비스 제공 시스템의 민간시장 위주 형성 등 정부정책에 따른 것으로, 이는 다시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과 불평등한 국민 기본권 현황의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경제-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공공성' 개념이 확대되고 있"지만 "반대로 공공서비스 제공의 주체로서는 오히려 민간의 영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국가책임 일자리가 가능한 영역으로 공공 부문의 재생에너지 일자리, 의료와 돌봄 부문의 간호 및 돌봄 서비스 일자리, 양질의 교통서비스 제공을 위한 교통 관련 일자리를 꼽았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세 번째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각종 민생정책을 무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획재정부를 지목, 기재부의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재부 권력 해체를 위해 "기재부의 기획예산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의 역할 강화를 전제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나머지 재정경제 기능을 재정부처가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네 번째로, "△ 입법 △ 지침 등 정부정책과 함께 △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부문 노정교섭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한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1부 토론자로 참여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발제자의 공공성 노동권을 중심으로 한 입법 정책과제가 총선을 계기로 널리 확산되고 쟁점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건전재정을 앞세우면서도 재벌부자감세를 추진하고 긴축 재정을 펼쳐 민생 복지 정책의 축소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2022년의 대규모 재벌부자감세로 향후 5년간 60조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2023년 54.6조원 규모의 사상 최악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며 "특히 올해부터 재벌부자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재정 악화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김 사무처장은 ① 법인세 하위 구간 원상복구 및 상위구간 증세, ②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한 증여세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 인하, ③ 저성장 양극화 고령화 해결을 위한 '복지세' 도입, ④ 대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노동자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상생협력세제' 강화, ⑤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제시했다.

또다른 1부 토론자인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이번 총선이 사회정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또 하나의 선거가 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의대 증원' 논쟁이 "의대 증원의 숫자 논의에 집중"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표면화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스스로 의대를 졸업했다고 밝힌 전 정책위원은 "무상의료운동본부에 소속된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대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사 파업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부의 '의료개혁'도 가짜"라며 "공공의료를 후퇴시키고 의료를 시장화하면서 의사만 늘려서는 효과가 적고 필수의료 붕괴의 근본 원인인 시장 중심적 의료 체계의 본질적 문제들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 3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노조법 제2조, 3조 개정 재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 실질임금 2년 연속 감소에도 '노동' 없는 총선"

'노동권'을 주제로 한 2부에서 발제를 맡은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부실장은 "지난 대선에 이어 22대 총선마저 노동 없는 총선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국민의 힘은 윤석열 정부의 반(反)노동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주4.5일제 지원과 휴가 확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노동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 정책부실장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2023년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396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2.5%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3.6% 상승해 실질임금은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 내부 불평등도 다시 확대"돼 "2010년 이후 중하위 임금격차 감소 주도로 임금 불평등이 완화되어 왔으나 코로나를 거치며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하락하여 임금 불평등은 다시 커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공 정책부실장은 또 "장시간 노동과 함께 일터와 노동자의 안전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52시간에 비해 149시간 더 길고, EU 27개 회원국 평균보다 330시간 더 길다. 재해율 역시 2017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9월 말 현재 재해율은 0.49%로 전년 동기 대비 0.01%p 증가했다.

그는 "노동부는 2023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598명으로 전년 대비 46명, 27건 감소해 역대 처음으로 500명대로 진입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이는 건설업, 제조업의 경기 후퇴를 고려할 때 산재사고 사망자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공 정책부실장은 이에 더해 "정부는 각종 행정 권력을 남용 악용해 노동조합 활동을 통제하고 탄압하여 왔다"며 "총선 결과 등에 따라 법제도 개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정책부실장은 따라서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을 철폐 △ 화물차 안전운임제 복원 및 전면 적용, 운수업 확대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차별 없는 사회 보장 △노동안전-시민안전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 △ 주4일제 노동 법제화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및 권리로서의 노동시간 보장 △ 산업재편-AI 도입에 따른 노동할 권리 보장 △ 탄소중립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 잃는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 물류센터 노동자 고용안정 및 노동환경 개선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2부 토론자로 나선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과 공동 기획한 '12대 88의 사회를 넘자'를 언급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은 이론적으로도 결함이 많은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의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방식을 통해 노동자들을 종횡으로 분할하고 있는데, 이중구조론은 이렇게 자본이 다양하게 노동자들을 분할하는 기제를 설명하지도 못할뿐더러 현실 노동시장을 제대로 묘사하지도 못한다"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이 아니라 자본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분할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알려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진짜 노동약자를 위한다면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적극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노조 탄압 중지와 초기업 교섭 지원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2부 토론자인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총선 후보들에게 △ 지난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물거품이 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 △ 주4일제 및 적정 노동시간 보장 △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명문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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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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