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 주도권마저 잃을 건가? 미국이야말로 국익 앞세운다"

[인터뷰] '코리아 피스 컨퍼런스' 준비하는 최광철 KAPAC 대표

"윤석열 정권이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일관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로 '두 개의 국가론'까지 언급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교에서 주도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국내 정치적 이득이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외교 문제에서 실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는 26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미국이야말로 철저히 국익에 따라서 움직이는 나라"라며 "가치 외교"를 주창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요동치고 있는 국제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KAPAC(이하 케이펙)은 재미 한인 유권자 운동단체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평화법안'을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미주지역 부의장을 맡고 있던 최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직무를 정지당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당시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케이팩의 활동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일방적으로 최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석 전 사무처장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컷오프' 됐다.

윤석열 '한미일 동맹'에 매달리는 동안 기시다는 북일 정상회담 물밑 접촉

최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지지 기반인 보수 세력의 '대결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오히려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대북 군사공조 강화'를 내세우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과거사 문제 등 일본의 요구를 파격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은 지난 22일 시네마현 주최 '독도의 날' 행사를 통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며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사실상 북한과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일본 기시다 정부는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를 발표해 "개인적인 견해"라는 전제를 달아 기시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과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게 되면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보이는 등 북.중.러 블록이 강화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한국, 미국과 동시에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일본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가 어려울 때, 북한 문제는 한국에서 여지를 두는 게 오히려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 주도권마저 일본이 가져갈 수도 있게 됐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추진했던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최 대표는 또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에 커다란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진행 중이다. 공화당 경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번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자신이 2번이나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도 트럼프에 20%포인트 이상 뒤졌다.

트럼프는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을 위한 사업 기록 위조 혐의,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 기밀 문서 반출 혐의 등 '사법 리스크'가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헤일리가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경선에 남아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현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현재 81세로 '고령'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트럼프도 바이든에 비해 4살 밖에 적지 않아, 이번 대선에서 두 사람이 재대결할 경우 70대 후보와 80대 후보가 맞붙게 된다.

"현재 나온 8개의 주요 여론조사에서 1개만 바이든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에게 유리한 여성의 임신중지권 이슈가 초기에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인플레이션과 국경 문제가 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사법 리스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 때문에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집권 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그가 재임시 시도했던 대북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2019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던 것이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네오콘 탓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북미관계를 털어내는 게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북한 문제 뿐 아니라 한미동맹도 변화 가능성이 높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그는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윤석열식 외교가 과연 이런 요구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백악관이 아닌 미국 의회를 봐야 하는 이유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은 현재 39명의 하원 의원들이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최 대표는 공화당에서도 2명의 의원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직전 117대 의회 때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돼 총 46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지만, 지난 1월초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금까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대북 문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솔직히 연방의원들은 한국과 북한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일본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게 미국 정.재계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채널을 갖고 있어요. 이에 비해 한국은 정부 일변도이며, 그나마도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입장이 바뀝니다.

미국은 전쟁을 했던 영국, 일본, 베트남과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등 어느 나라보다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한미동맹은 그렇게 중시하면서 정작 다양한 외교적 토대는 약하다는 생각에 공공외교 차원에서 재미 한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도 한국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친선봉사위원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가 의뢰하고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9%가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치지도자와 만남을 제의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48%가 동의했습니다. 과반이 넘지는 않지만 현재와 같은 전쟁 상태 유지를 지지한 응답자는 30%에 그쳤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한국의 국익에 최우선적으로 부합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국민들과 국회가 '한반도 평화법안' 통과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영국, 프랑스 등 의회에서도 한반도 평화 이슈와 관련된 결의안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2021년에 김경협 의원 등 186명 의원들이 한반도 평화법안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는데, 한반도 평화는 초당적 이슈라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더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최 대표는 이런 이유로 오는 5월에 있을 '코리아 피스 컨퍼런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5월 22-24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이 법안에 서명한 미 연방의원들과 케이팩 회원인 재미 한인들 300-4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통일부, 외교부, 주미대사관 등 현 정부 관련 부처에도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며, 국회 평화외교포럼 소속 의원들도 초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동안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 이걸 해야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정말 초당적으로 일해야할 문제입니다."

▲최광철 케이펙 대표. ⓒ프레시안(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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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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