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경기분도, 노태우·김영삼 공약…'김동연 것' 아냐"

미군부지 문제에 "좋은 곳은 다 미군이 차지"…청년정책 관련 "우리 세대는 꿀 빨고 살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 의정부시를 찾아 시민 간담회를 갖고, 서울 인근 지자체의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分道) 문제를 '원샷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재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16일 의정부제일시장번영회 사무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곳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북부 지역은 그동안 분단과 수도 방어라는 중요한 임무를 위해서 70여 년 동안 희생과 헌신을 전담해 왔고, 거기에 대한 합당한 감사와 보답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의 행정구역 재편, (즉) 서울로 편입하기를 원하는 지역은 서울 편입, 분도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원하는 분들은 거기에 맞춰서 똑같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국민의힘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서울 편입-경기 분도 원샷법'을 발의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라는 어마어마한, 남쪽까지 모두 포괄하는 행정구역 체제로는 이 경기북도 그리고 의정부 같은 경기북도의 핵심 도시들의 이익을 반영하고 그 개선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경기북도'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특히 경기 분도 사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해오던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경기 분도의 문제가 김동연 지사가 낸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며 "이 문제는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제일 먼저 공약을 냈고, 1992년 김영삼 후보 역시 약속했다. 그러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여야의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으로 "민주당도 찬성하는 것 아닌가. 그럼 뭐가 문제인가"라며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공을 가져가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를 겨냥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분도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입장이 뭐냐. 경기도 법카, 초밥을 묻는 게 아니니 이 부분에 대해서라도 답변을 해주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제가 얼마 전 김포에 가서 '목련이 피는 4월이 되면 김포가 서울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오늘도 말씀드린다. 목련이 피는 4월이 되면 이곳 의정부는 경기북부의 새로운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정부 지역 현안인 미군기지 반환 부지 개발 문제를 언급하며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쪽 지역은 군사 관련, 그리고 수도권이라는 중첩적인 규제로 제대로 발전하기 어려웠다"면서 "그런데 지금 미군이 빠져나가고 있고 군사적 부분이 해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여기(간담회에) 오기 전에 25만 평에 달하는 캠프 레드클라우드에 가봤다"며 "확실히 좋은 곳은 다 미군이 차지하고 있더라. 정말 좋은 위치였다"고 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우리를, 우리의 방위를 지켜주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 것에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군기지 부지) 문제는 의정부의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올해 첫눈이 내릴 때면 예산을 하게 될 것인데, 그때 반드시 중앙정부가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리노베이션(혁신·재개발)하는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역 일자리 등 청년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는 "지금의 청년들에 대해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왜냐하면, 제 새대에 청년으로 지내는 게 더 수월했다. 경기가 고도성장기에 있어서 덜 부지런하고 덜 성실해도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만큼 나라가 발전해서 그런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죄송하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청년이 어때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훈계할 자격이 저희에게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꿀을 빨고 살았거든요"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한 졸업생이 경호처에 의해 퇴장 조치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오늘 있었던 일이냐"고 되묻고는 "보지 못한 것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고 즉답을 피했다.

자신이 민주당 공천 상황에 대해 "비선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대장동식 공천"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민주당에서 "사과하지 않는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이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라고 밝힌 데 대해선 "국민들은 이름도 모르는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 측근, 정진상의 친구를 내려꽂는 공천. 저는 그것이 대장동식 공천이라고 생각하고 제 표현이 대단히 정확한 것"이라고 재반박하면서 "고발하려면 하라"고 응수했다.

그는 "그런데 진짜 민주당 정신을 가진 정대철·권노갑 고문도 저랑 비슷한 취지로 말씀하지 않았느냐"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제 정대철·권노갑 같은 정통 민주당 어른들도 고발하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도중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 두 달째를 맞은 한동훈"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제가 말씀드렸다. 우리가 이기게 되면 저는 떠나지 않겠다"고 총선 이후 정치를 계속할 뜻을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번영회 사무실에서 열린 시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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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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