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어 김여정도 북일 관계 개선 의지…"두 나라 새로운 미래 열어갈 수 있어"

집권 이후 최저치 지지율 찍은 기시다, 김정은 손잡고 위기 탈출?

새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본 지진에 대해 위문 전문을 보내며 북일 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일본이 결단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15일 김 부부장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김 위원장의 위문 전문 작성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기시다 수상의 발언과 관련하여 일본 언론들이 조일(북일)관계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립장(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된다고 평가한데 대해서도 류의(유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시다 수상의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리유(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지금까지 일본이 이미 다 해결된 랍치(납치) 문제나 조일관계개선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핵, 미싸일(미사일)문제를 전제부로 계속 들고 나온 것으로 하여 두 나라 관계가 수십 년 간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관계 개선을 위해 핵과 미사일 등을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시대착오적인 적대의식과 실현 불가한 집념을 용기있게 접고 서로를 인정한 기초 우에서 정중한 처신과 신의있는 행동으로 관계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과거가 아니라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성과 전략적 안목,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지와 실행력을 가진 정치가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력사(역사)를 바꿀 수 있다"며 기시다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하여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랍치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리유가 없을 것이며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5일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예산의원회에 출석해 김정은 위원장의 위로전에 대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협상을 진행한다는 관점에서 김정은의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이 메시지(김정은 위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적확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북일 간 교섭 진행 방법에 대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고위급 협의를 진행시킨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모든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위해 수상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일 양측의 이러한 관계 개선 신호는 지난 1월 5일 김 위원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위문 전문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월 6일 김 위원장의 위문 전문 발송을 보도했는데, 이 전문에서 김 위원장은 '기시다 후미오 각하'라는 표현을 쓰며 예의를 갖췄다.

또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이 전문을 2면에 게재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식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이란에 보낸 위로 전문과 나란히 게재하면서 일본과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일본 총리 앞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극히 없었다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를 예사롭게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북한은 사실상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 위문 전문을 발송했고, 수신자도 총리가 아닌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였다.

이에 통신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교를 맺지 않은 일본 총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일 간 접촉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27일 기시다 총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틀 후인 29일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적도 있다.

최근 기시다 총리와 내각의 지지율이 전례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지지율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한 납치자 문제 해결이 돌파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5일 일본 <지지통신>이 지난 9~12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1.7% 포인트 하락한 16.9%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1년 10월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였다.

김 부부장이 이날 담화에서 "현재까지 우리 국가지도부는 조일관계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기시다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 공식적으로 조일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말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 역시 일본과 관계 개선이 한미일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좋은 카드라는 점에서 이날 담화는 일본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해 발표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북러와 한미일 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이날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도 밝혔듯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이미 해결된"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의미있는 접촉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동신문=뉴스1(왼쪽), AP=연합뉴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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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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