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한국이나…이재명과 매카시, 문제는 포퓰리즘?

[이세계 민주주의 교실②] 양극화와 포퓰리즘, 선호투표제라는 해답

지구가 아닌 이세계에서 눈을 뜬 당신 앞에 주어진 과제는 '마법으로 드래곤 사냥하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서의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연재 ①편 보기 : 트럭에 치여 이세계에서 눈뜬 당신의 정치적 선택은?)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인지, 세계의 청년들은 지금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사고실험이었다.

한 학기 동안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민주주의론' 강의를 통해 이런 토론식 수업에 참여한 대학생들 중 일부는, 그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지구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 독특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국제학과의 도미닉 시한 필립스(Dominic Shehan Phillips)와 정치외교학과의 문지연은 미국 공화당과 한국 민주당의 사례를 살펴보며,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호투표제'를 제시한다.

토론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선출한 5명의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들이 일종의 연합을 구성하면서 한국이나 미국의 양당체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그 결과 도미닉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점차 정치 참여에 대한 의지를 잃어갔다.

이 글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세계의 선거 과정에서 함께 고민했던 '대안적 투표제', 즉 선호투표제의 내용이 투영돼 있다.

▲미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前) 하원의장. ⓒAP=연합뉴스

빅텐트 정당과 당파 갈등: 미국과 한국의 리더십의 위기

미국과 한국의 정치체제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빅텐트 정당'이라고 불리는 포괄적인 두 거대 정당 간의 경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빅텐트 정당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체성에 호소하며,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실질적인 입법 대표성을 제공한다. 다양한 연합이 하나의 정당 안에 있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실질적인 내부 통합 없이는 이 강점은 발휘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지도층은 위원회 인선을 통제하거나 주요 도전자들을 지원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당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빅텐트 정당을 관리하는 데 있어 양극화와 포퓰리즘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문제를 복잡화시키고 있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해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영장 가결이라는 두 가지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매카시의 하원의장 임기는 즉각적 도전에 직면했다. 매카시는 총 15차례의 투표를 거쳐 하원의장에 선출됐었다. 매카시의 선출은 곧 하원에서 가장 극우적인 20명의 의원들에게 공화당 주류가 양보를 했음을 의미했는데, 그의 10개월의 임기 기간 내내 이러한 양보에서 발생하는 위협들은 그를 괴롭혀왔다. 즉 단 한 명의 의원으로도 현직 의장의 해고에 대한 투표를 강제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부채 한도와 정부 자금에 대한 토론에서 크게 위협을 받았다. 미국과 세계 모두에게 잠재적인 경제적 피해와 금융 불안을 초래하면서까지 보수적인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시하는 것을 포함한 매카시의 결정들은 매카시가 그의 비판자들을 달래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 하나였을 수 있다.

어쩌면 광적으로도 보이는 '의장으로서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지난해 10월초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매트 게츠에 의해 그에 대한 해임동의안이 제출되며 끝났다. 해임동의안은 모든 하원 민주당 의원의 찬성에, 단 8명의 공화당 의원이 합류하며 통과됐다.

그 이후 3주 동안, 공화당원들은 당 내 주류와 극우세력을 한 데 모으는데 실패를 거듭하며 후임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결국 공화당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 마이크 존슨이라는 낮은 인지도의 인물을 선출했다. 양극화와 포퓰리즘은 매카시에게는 불리하게, 존슨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양극화는 하원의장 후보에 대해 당을 초월해서 지지할 기회를 줄였고, 포퓰리즘은 극우파를 대담하게 만들어 전통적으로 온건했던 당 지도자들이 결국 극우세력의 후보를 택하도록 성공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분열이 일어났다. 이재명 대표는 부패와 대북송금 관련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따라 국회 과반수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체포동의안이 한국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 대표의 체포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회는 두 차례 투표를 시행했다. 작년 2월 27일 이뤄진 첫 번째 투표는 139명의 찬성, 138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 3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의 체포에 찬성하거나, 기권·무효표를 던졌음을 의미했다.

몇 달 후, 9월에 검찰은 새로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사안은 국회로 다시 돌아갔다. 놀랍게도, 두 번째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는 149명의 찬성(투표정족수는 148표이다)으로 가결됐다. 168석의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었기에 민주당은 쉽게 발의를 부결시켤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이 대표가 강하게 주장했었기에, 동의안의 가결은 이 대표 개인에 대한 따가운 질책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당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지자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들은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국회에서 벌어진 모든 소란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다. 이재명은 국회와 당 지도부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순수한 법적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전환되었고, 만연해진 포퓰리즘은 민주당이 당 내 반란 세력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미국과 한국 모두, 당 내 분쟁이 국가적 영향을 끼치는 가시적인 위기로 번졌다. 매카시와 이재명 둘 다 당 외부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지지도 받지 못했다. 이는 양극화가 강화된 상황을 의미한다. 매카시와 이재명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표출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기능했다. 지지 또는 반대 세력 모두 포퓰리즘을 내세우며 당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립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매카시의 지지자들이 RINO(공화당 인 네임 온리)라고 불리는 것, 이재명 대표의 반대세력이 '수박'(겉은 녹색, 속은 빨간색)이라고 불리는 것은 저항적 포퓰리즘 운동이 전통적인 엘리트들과 당의 핵심 가치에 대해 싸우면서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체포동의안의 가결을 막기 위한 민주당 내의 광적인 노력 역시 당 내 지도층이 통합을 보장하지 못한 것을 드러낸다.

양극화와 포퓰리즘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민주주의 체제에 새로운 도전으로 작용했다. 입법·의사 결정에서 가장 극단적인 소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민주주의 원칙은 훼손된다.

이처럼 소수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법 중 하나는 '선호투표제'이다. 선호투표제가 시행될 때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가 사표(死標)가 되거나 반대편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제3의 선택지에 대한 지지를 표현할 수 있다.

후보자들도 더 넓은 범위의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도록 유인되기에, 이는 극단적 파벌의 영향력을 줄이고 위험한 포퓰리즘의 유형도 약화시키는 캠페인으로 변화될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정당이 생존했을 때 정치 시스템은 '연합'을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는 다시 양극화의 영향을 줄일 것이다.이런 변화가 없다면, 갈등은 더욱 일상화되고 '해로운 정치'와 '해로운 혼돈'의 시기가 촉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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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송경호 박사는 정치사상 전공자이자 개념사 연구자로,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BK21 '혁신 과학기술 시대의 정치적 문제 해결 교육연구단'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문학자들의 모임인 'AI Five'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권, 민주주의, 기후위기, 인공지능, 정치(학)의 변화 등을 키워드로, 다양한 연구 및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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