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문제? 가자전쟁 여파? '맞공습' 이란·파키스탄 속내는?

이란, 국내에 안보 역량 증명·파키스탄은 인도 견제 맞대응 필요…바이든, 예맨 공습 효과 있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번 주 비공식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핵무기 보유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이 서로의 영토에 대한 공습을 주고 받으며 확전 우려와 함께 양국의 속내 및 가자지구 전쟁과의 연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가자전쟁과 연계돼 레바논, 예멘을 포함해 이미 중동 전역에서 확전 위기감이 커져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충돌이 가자전쟁과 연관돼 있다는 의견을 차단하려 애썼다. 18일(이하 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과 파키스탄 사이 긴장이 가자지구 여파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어떤 방식, 형태, 형식으로도 가자지구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관돼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같은 날 "두 나라는 잘 무장된 나라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이 두 나라 사이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파키스탄 쪽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로이터> 통신도 이란 당국자 3명, 분석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지난 16일 이란의 파키스탄 내부 공습이 광범위한 중동 분쟁보다 이란 내부 안보 및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미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가 지난 3일 80명 이상이 숨진 케르만 테러 이후 무장 폭력에 대한 이란 내 우려가 높아졌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국내 압박이 커졌다. 지도부는 그 압력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이란 집권 성직자들과 가까운 한 이란 내부자도 통신에 케르만 폭발이 이란의 안보가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 "지도부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며 파키스탄 공습이 보안 조직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수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파키스탄 공습 직전 케르만 테러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및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첩보본부 타격을 명목으로 시리아와 이라크도 공습했다.

중동에 속하지 않은 파키스탄의 경우도 가자전쟁보다 인도와 대적하고 있는 내부 문제에 기인해 18일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키스탄 라호르의 국방 분석가 에자즈 하이더가 동쪽 국경에서 인도와 맞서고 있는 파키스탄이 서쪽 국경에서의 공습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며 "이번 공습은 이란에 물러서라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인도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파키스탄 당국은 공습 관련 성명에서 가자지구를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남아시아연구소장 마이클 쿠겔먼은 <로이터>에 국경 안보에 대한 이란과 파키스탄 간 긴장은 오래된 것으로 높은 긴장 수준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긴장 완화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유라시아그룹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도 통신에 이란이 수년 간 국경 근처 무장 세력을 해결하라고 파키스탄에 요구해 왔다며 이번 공습은 이와 관련 이란이 인내심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국경 인근 분리주의 무장 세력에 단호히 조치하지 않는다고 서로를 비난해 왔다.

다만 두 나라가 성명을 통해 공습 대상을 테러 조직으로 제한하고 우호 관계를 언급하며 확전을 원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에서 충돌이 당장 격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외교부는 18일 성명에서 이날 파키스탄의 이란 영토 공습을 규탄하면서도 두 나라의 "형제애"를 강조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도 같은 날 이란 공습 사실을 밝히면서도 "이란은 형제의 나라"라고 짚었다. 양국은 공습 목표가 상대국 국민이 아닌 분리주의 무장 조직에 국한돼 있다고 밝힌 상태다.

쿠겔먼 소장은 <로이터>에 두 나라가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 등 제3국 중재를 환영할 수 있다며 "이제부턴 외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어느 한 쪽이든 다시 공격하면 분쟁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1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양쪽이 침착하고 자제해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양국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직접적 동기는 아니라도 이란의 공격 시점이 가자지구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의 혼란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브루 유라시아그룹 분석가는 <로이터>에 이란의 파키스탄 공습이 가자지구로 인한 역내 위기 상황에서 이란이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의를 적과 동맹 모두에게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라인연구소 선임 국장 캄란 보카리가 이번 사태를 "이란이 만일 우리를 뒤쫓는다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시리아 특사를 지낸 조엘 레이번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이란이)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중동 안정은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군은 18일 또 다시 예멘 내 후티 반군 시설을 폭격했다. 일주일 새 5번째 폭격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예멘 후티 통제 지역에서 홍해 남부를 향해 조준된 채 발사 준비가 돼 있는 대함 미사일 두 대를 공습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곧바로 상선 공격을 이어 나갔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18일 오후 9시께 후티 반군은 마샬제도 선적의 미국이 소유하고 그리스가 운영하는 유조선 쳄레인저호를 향해 대함 미사일 두 대를 발사했다. 해당 미사일은 선박 인근 해상에 떨어졌고 선박은 운항을 계속했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목으로 홍해에서 상선 공격을 일삼아 수에즈 운하 항로 이용을 제한하며 세계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일주일간 거의 매일 미국이 예멘 내부 후티 시설을 타격하고 후티 반군이 즉시 상선 등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며 공습 효과도 도마에 올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8일 언론에 예멘 공습이 효과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효과가 "후티 반군을 멈추는 것이라는 의미라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오히려 기세가 오른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18일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과 직접 대결하게 된 것은 큰 축복이자 영광"이라며 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매체는 많은 후티 반군 무기가 이동식 플랫폼에 장착돼 쉽게 숨기고 옮길 수 있다며 계속되는 후티의 선박 공격과 미군 공습은 미국이 후티 무기를 해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 관련 구상에서 미국과 이견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자신의 견해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합의가 있더라도, 합의가 있든 없든, 이스라엘에는 요르단 서쪽의 모든 영토에 대한 보안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며 "이는 (팔레스타인) 주권 구상과 충돌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 진실을 우리 친구, 미국에 전달했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칠 현실을 강요하려는 시도도 막았다"며 "총리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해당 발언은 미국이 제시한 전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전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이 하나의 통치 구조로 통합돼야 하며 궁극적으론 "활성화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를 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밀러 대변인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가자지구 안보 제공과 통치 구축 및 재건이라는 단기 과제, 지속적 안보 제공을 위한 장기 과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미국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을 순방하며 "역내 다른 국가들이 가자지구 재건에 참여하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도 정부 설립을 돕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면서 "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향한 가시적 경로가 있을 때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은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발언을 그의 최종 입장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는 "그러한 성명을 최종적 입장으로 받아 들인다면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도, 인질 석방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방송에 네타냐후 총리가 밝힌 것처럼 해당 입장을 미국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죽이고 240명 이상을 납치한 지난해 10월7일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주기적으로 통화했지만 지난달 23일 이후 공개된 통화 내용은 없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두고 내부 의견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15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달 초에도 전쟁 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기구가 책임을 지고 이스라엘 민간인이 가자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은 가자지구에 2005년 철수한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작성된 이란 국기(왼쪽)와 파키스탄 국기 앞에 모형 군인들이 놓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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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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