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尹에게 넘어갔다…김진표 "특별히 빨리할 이유 없어. 관행 따라"

金의장, 재의결 시점 논란엔 "국민 눈높이 맞게 해달라"…"이태원 특별법, 빠른 시간 내 합의처리"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는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클럽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의 정부 이송과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이 "특별히 빨리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관례에 따른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법안은 4일 오후 정부에 이송됐다.

김 의장은 법안 이송 이전 시점인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법안이나 의안처리도 마지막에는 여러 개의 안이나 수정안이 나왔을 경우 그것을 결합하는 것은 의장이 '의장에게 일임해 달라'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해서 하고 있다"며 "국회 법제실에서 이런 여러 가지를 맞추는 것이고, 쌍특검법도 수정안이 있다. 통상적으로 (수정안이 있는) 법안의 경우 실무적으로 1주일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다만 어떤 경우, 법 시행일이 임박했다든가, 예산 부수법안인데 예산안이 12월 30일에 통과했다든가 이런 경우,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빨리 시행해야 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것 하나만 실무자들이 집중해서 하루이틀 만에 이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주일 시한"이라며 "이 안건(쌍특검법)은 특별히 빨리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늦춰 가면서 할 이유도 없어서 관행에 따라 1주일 내외의 시간을 가지고 실무적으로 준비되면 이송하려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실과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여야가 법안 재의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이 잘 알듯 가장 첨예한 여야 간의 대립이 있다"며 "이런 사안일수록 의장이 어떤 방향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결정하는 사람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고 여야에 당부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쌍특검법을 야권 단독 의결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새해 첫 국무회의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미루며 법안 이송을 기다렸지만, 국회가 당일 중 법안을 이송하지 않으면서 국무회의 처리가 불발됐다. 정부는 이송 즉시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을 심의·의결하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제가 파악한 바로는 아마 오늘 오후에 보낼 거라는 얘기가 있다"며 "의장께서 여당이나 정부 측으로부터 여러 압박을 받으셔서 그런 건데, 저는 문제제기를 했다. '더 늦게 보내달라', '더 일찍 보내달라 ' 이렇게 얘기한 건 아니고 '관행대로 해달라'. 그리고 행정부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겠다고 지금 벼르고 있는 데 국회의장실이 협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고 의장실과의 소통 내용을 전했다. 통상 매주 금요일에 국회가 법안·결의안 등을 묶어서 이송해온 관행에 따르면, 목요일인 이날 법안을 이송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같은 경우에는 (법안 의결 당일인 12월) 28일이 목요일인데 29일이 금요일이라서 바로 보내기 어려웠다"며 "통상적으로 본다면 5일 금요일에 가는 게 통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말에 국민의힘 지도부나 정부 측에서 계속 의장에게 빨리 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 같고, 그래서 의장이 당초에 29일 긴급송부라는 걸 할 생각도 있으셨던 것 같다"며 "그건 너무 무리하다는 사무처 내 문제 제기도 있고 그래서 의장도 '연초로 보낸다' 고 해서 또 2일에 보낸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다 보니까 총리 공보실에서 '그게 송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있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루겠다'고 했다"며 "연초, 1월 2일 국무회의는 정례 국무회의고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 국가 중대사를 시작하는 것인데 그 회의를 이 송부 절차 때문에 오후로 연기시키는 것 자체가 정부는 연초에 새해 어떤 계획이나 업무를 점검하는 것보다 국회로부터 오는 김건희 특검법에 빨리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정말 비상식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이태원특별법 처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유가족들이 추운 겨울에 오체투지를 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며 "제가 여야 대표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렸고, 지금 의견을 좁혀가면서 한두 가지 의견차이를 놓고(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어제도 모였고 내일도 모일 것인데, 열심히 접근시키고 있어서 아마도 빠른 시간 내에 합의를 만들고 법안처리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친정인 민주당의 요청에도 합의처리 원칙을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세월호 사례를 보면, 합의처리가 안 되면 법안만 있고 실제적으로 잘 안 된다. 그런 경험 때문"이라며 "어느 쪽도 100% 만족은 못 하지만 7~80%는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처리 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장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태에 대해선 "제1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정치가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고 증오하고 배제하려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상대를 국정운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며 "선거제 개편을 통해 여야가 상대방을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는 정치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은 자기 주장만 내세울 수 없고 소수 정치세력의 주장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100이 아니라 70, 80에 만족하고 다음에 고쳐나가는 이런 정치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하고 조급증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정치권이 깊이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선거제도 개편에 관해 좀더 깊이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신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대한민국 미래 의제'로 △인구절벽 △보육혁신 △교육혁신 △안보 및 과학기술 혁신 △재외동포·이민 정책의 전향적 접근 △K-실리콘밸리 구상 △개헌을 제시했다.

그는 "정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되었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개헌의 기회를 놓치는 듯 보인다. 뼈아픈 일"이라며 "그래도 개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만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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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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