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팔 관련 '홍해파병' 가능성에 시민사회 "결사반대"

후티 반군 홍해 공격으로 美 요청 … 정부도 '홍해 보호 기여 방안' 검토 중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의 민간선박 공격 이후 미국의 '홍해 보호' 기여 요청이 각국에 전달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청해부대 홍해파병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반대하는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홍해파병은) 재앙적 확전을 부를 군사개입 확대"라며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149개 시민단체가 모여 구성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5차 긴급행동'을 개최하고 "(이·팔 전쟁과 관련한) 한국군의 군사적 개입 및 청해부대 홍해 파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주관한 '홍해 항로 보호' 화상회의에 참석해 홍해 항로 내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다국적 함대' 기여 요청을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회의 참여국가인 40여개 국가에 미국이 전한 사실상의 '파병요청'이라는 평가가 나온 만큼, 한국정부의 기여 방안으로 해군 청해부대의 파견도 검토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당시 국방부는 파병 가능성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유관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8일에는 홍해에서 이스라엘 관련 민간선박을 공격하는 등 반(反) 이스라엘 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적대 군벌 후티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작전 '번영 수호자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9개 동맹국가가 이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날 단체들은 이 같은 최근 상황을 두고 "국방부는 당장의 부대 파병은 보류하고 있으면서도, 파병을 위해서 전력을 재정비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후의 파병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평하며 "대규모 파병과 강대강의 군사적 개입은 확전이라는 재앙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홍해를 봉쇄한 예멘군의 요구가 이스라엘 정권의 학살 중단과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니만큼, '홍해 항로 안전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즉각적인 학살과 침략의 중단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는 그 방식과 무관하게 군사 개입을 위한 일체의 논의와 검토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들은 국제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해온 한국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란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 중 하나인 호주 역시 파병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함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요청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들은 'Not in Our Name'(우리의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내 학살에 반대하는 각국 유대인들의 구호) 운동 등을 제시하며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의 물결은 더욱 커지고 또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 한국 또한 이 같은 '반전' 여론에 힘을 보태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미국의 번영 수호자 작전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난 8일에도 "무기수출통제법 긴급조항을 발동하여 이스라엘 정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작전 또한 "홍해 항로 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고강도의 군사적 개입을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전쟁범죄 및 민간인 학살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권의 가장 큰 후원자인 미국은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비판의 요지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 세계 민중들이 침략이 아닌 저항을 지지하며, 이들의 연대가 학살을 끝낼 힘을 가지고 있음을 국제연대의 성장이 증명하고 있다"며 "10월 7일 이후 가자 지구의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넘었다. 온 누리에 사랑과 평화가 내리는 날이어야 할 성탄절을 앞둔 지금, 2만 개의 우주를 사라지게 한 비극은 즉시 끝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엔 가자지구 출신 난민 등 이·팔전쟁 당사자 및 국내 노동계 및 종교계, 반전활동가들 등 각 분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해 침략전쟁 반대 및 가자지구 희생자 애도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청계남로에서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을 지나는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17일 저녁 서울 중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국내 인권단체들의 팔레스타인 추모 전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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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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