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과 무력 아닌 흡수통일 구상하고 있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대만과 경제협정 카드 꺼내 든 중국

중국이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하여 내년 1월 1일부터 "해협양안(중국과 대만)경제협력기본협정(海峡两岸经济合作框架协议, 이하 ECFA)"에 따라 적용해왔던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현행규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했다.

ECFA는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경제협력체제로 상품 무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서비스 무역 개방, 투자 보장, 분쟁 해결,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무역협정이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마치 우리나라의 남북과 유사하다. 같은 민족이지만 내전에 의해 분단된 채 한쪽은 통일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국이길 원한다. ECFA가 체결되기 전만 해도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우호적이기보다는 적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대만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은 대만의 기술력을 통한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CFA를 체결했다.

체결 이후 대만은 중국과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중국과 대만의 교역총액은 3196억 달러, 이중 대만의 대중국 수출총액은 2380억 달러, 대중국 수입총액은 825억 달러로 총 156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역으로 중국은 대만과의 교역에 있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적자 규모는 2002년 314억 9천만 달러에서 2022년 1565억 달러로 397% 증가했다.

이를 보면 ECFA의 수혜자는 대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이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할 것으로 보여, 대만 입장에서는 2024년 이와 같은 규모의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중국은 대만산 프로필렌, 1, 3-부타디엔, 이소프렌, 자일렌, 메타자일렌, 파라자일렌, 혼합자일렌, 도데실벤젠, 클로로포름, 염화비닐, 에틸렌 프로필렌 고무, 기타 폴리올레핀에 대하여 관세 감면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로필렌의 경우 중국은 한국에서 122.39만 톤, 대만에서 54.68만 톤, 일본에서 43.57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만약 관세 감면 중단으로 대만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프로필렌 시장을 한국이나 일본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국에게 ECFA란?

ECFA가 발효된 이후 중국은 대만산 520개 공산품과 18개 농산물에 대하여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해왔다. 반면 대만은 중국산 267개 상품에 대하여만 관세 감면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대만은 누적 총 285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감면혜택을 누린 반면 중국은 누적 총1억 달러에 그쳤다.

즉 관세 감면 대상을 보면 대만산이 훨씬 많고 그에 따라 감면혜택 규모도 대만이 월등히 크다. 이는 중국이 대만에게 통 큰 양보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중국은 ECFA를 단순히 경제협력체제로만 여긴 것이 아니라 이 협력을 통일의 초석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6년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들어서면서 통일을 위한 중국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대만은 중국산 수입 금지, 대만 타오바오(淘宝) 강제 폐쇄, 텐센트(腾讯) 비디오, 아이치이(爱奇艺), 샤오홍슈(小红书), 틱톡 등을 차단하는 등 무역장벽을 세워 나가며 반중과 대만의 독립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1일 대만의 대중국 무역장벽 조사를 실시했고, 12월 15일 대만이 일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ECFA 규정과 WTO(세계무역기구)의 비차별원칙과 수량제한철폐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결론지으며 ECFA 수정을 예고했다.

ECFA 카드를 든 중국

현재 대만은 새로운 총통을 뽑기 위한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당초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일 하루 전인 2024년 1월 12일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하여 대만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이었다.

중국이 대만의 무역장벽을 조사할 당시 대만의 중국산 수입 금지 품목 수는 2455종이었다. 그런데 조사가 시작된 이후 대만은 수입 금지 품목 54종을 추가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셈인데, 중국은 여기까지는 참았다.

하지만 끝까지 참지 못한 이유가 있다. 바로 민진당의 대만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赖清德)의 연설 때문이다.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는 20일 저녁 2024년 선거 첫 정치 연설에서 "'평등과 존엄'을 내세우며 중국 본토와 대화하겠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이 중국의 심기를 심히 건드린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하여 중국은 "라이칭더는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로, 대만 독립이라는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통일을 주장하는 우리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며, '평등과 존엄'하에서 라이칭더 본인이 대화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ECFA 카드를 계획보다 일찍 꺼내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라이칭더가 대만의 총통이 된다면 대만이 경제적 함정에 빠지게 될 것임을 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함이다"라고 직접 밝힌 만큼,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염원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간 중국의 행보를 보고 "중국이 전쟁을 통해서라도 대만과 통일을 할 것이다"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전쟁은 아니지만 무력으로 제압한 홍콩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전쟁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한 통일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9월 중공중앙과 국무원이 "푸젠성 양안통합발전의 새로운 길 모색 지원과 양안통합발전시범구 건설에 관한 의견(关于支持福建探索海峡两岸融合发展新路,建设两岸融合发展示范区的意见)"을 발표한 바 있다. 의견의 핵심은 푸젠성 전 지역을 양안통합발전시범구로 건설하는 것이다. 푸젠성은 중국 대륙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성이자, 우리나라의 남북 이산가족과 같이 중국과 대만의 이산가족이 사는 곳이다.

ECFA가 '대만'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었다면 양안통합발전시범구 건설은 '대만인(人)'과 '본토 내륙'을 중심으로 한 정책으로, 대만의 정권을 신경 쓰지 않고 중국 본토에서 실시하는 경제정책 등을 통해 대만인을 포섭하여 흡수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무력 통일이 아닌 포섭을 통한 흡수 통일을 실시하고자 하는 중국, 양안통합발전 시범구를 어떤 방향으로 건설할 것이며 이에 대하여 대만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지난 3월 13일(현지 시각)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폐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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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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