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文대통령에 세밑 인사…민주당 통합 해법 논의했나

명-낙 샅바싸움에 당내 피로감, 중재 요구…이재명에 '숙제' 내준 金, 연말까지 기다릴 듯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세밑 인사를 나눴다. 김 전 총리는 전날 이재명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진 바 있어, 연이은 공개 행보에 눈길이 쏠렸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통합을 이룰 방안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21일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숙 전 대통령 영부인과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동석했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먼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운영하고 있는 지역서점 '평산책방'을 찾았고 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김 전 총리를 맞이했다. 이후 두 사람은 사저로 이동, 유 전 실장 등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김 전 총리가 이 대표와 회동한 이튿날 평산마을을 찾은 것을 두고 그의 연이은 행보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당 일각에서 나왔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한 달 전부터 잡혀있던 약속"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대화 내용에 대해 "(김 전 총리가) 책방에 처음 방문하시는 거라 대한 그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어떻게 지내는지 위주로 이야기를 했다"며 정치적 현안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해 인사를 1월 초에 하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새해 인사를 먼저 드리겠다고 해 잡혀있던 약속"이라면서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 위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한 성격의 자리였다"고 부연했다. 전날 '이재명-김부겸 회동'과는 처음부터 무관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도 <프레시안>에 "연말연시 인사차 방문했고 오래 전부터 준비돼 있던 약속"이라며 "어제 이 대표와의 회동 일정이 잡히기 전에 이미 잡혀있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김정숙 여사, 유영민 전 실장도 동반한 자리"라며 내밀한 정치 현안 관련 얘기가 오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전 총리 측 다른 관계자도 "한 달 전에 잡힌 일정이고, 신년 인사차"라며 이 대표와의 오찬회동 다음날이 된 것은 "우연"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전 총리는 어제 이 대표를 만난 만큼 이 대표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자연스럽게 말씀을 드렸을 것이고, 문 전 대통령도 지난 가을 이 대표와 만난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연일 신당 창당 의지를 시사하며 이 대표의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이 대표 측은 이를 일축하면서 계파를 불문하고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의 전날 회동에서도 "당의 단합"(이 대표), "통합·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김 전 총리) 등의 언급이 나왔다. (☞관련 기사 : 김부겸, 이재명에 쓴소리 "이낙연 만나라, 연동형비례제 지켜달라")

다만 전날 회동에서 이 대표가 말한 '단합'과 김 전 총리가 말한 '통합·혁신'은 사실상 동음이의어에 가까울 만큼 맥락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가 강조한 '단합'이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단결과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강조한 것이라면, 김 전 총리가 언급한 '통합'은 이 대표가 이 전 총리나 원칙과상식 등 당내 반대파를 포용하고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나아가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을 통해 범민주·진보진영 전체의 총선 승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전날 회동에서 나온 김 전 총리의 언급은 이같은 취지였다고 설명하며, 특히 "범(汎)민주·진보진영 대표로서 이 대표가 할 일이 많다"는 김 전 총리의 말은 선거제도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 전 총리의 "통합·안정·혁신"이라는 말 가운데 '혁신'이란, 현 지도부가 강성당원 문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고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관련 문제를 당부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 측은 전날 회동에 대해 "이 대표에게 숙제를 내준 셈"이라고 풀이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자신의 고언을 받아들이는지 일단 연말까지 시간을 갖고 지켜볼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이날도 "통합 비대위 아이디어의 충정에 공감한다. 비대위라는 것은 대표직 사퇴를 말한다"(이낙연), "의견이야 얼마든지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재명)이라며 이견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자료사진). 사진은 2018년 7월 당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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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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