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복귀' 원희룡 "혁신위 옳다…당 혁신 모자라 보여"

장관 당시 '양평道 백지화' 논란엔 "野의 일방적 매도"

윤석열 정부 2기 개각으로 정계 복귀가 예정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 갈등과 관련 "(당의 혁신이) 모자라 보인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섰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당의 혁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냔 질문을 듣고 "깊은 속내를 잘 모르지만, 겉으로 볼 땐 모자라 보인다"며 "혁신위가 통합·헌신·미래라고 혁신의 큰 갈래를 잡았는데, 그 방향성은 저는 전적으로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원 장관은 지도부-혁신위 간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는 같은 당 김기현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혁신을 외면하고 저버리는 결과는 감히 있을 수 없다"고 혁신위 쪽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저 자신의 유불리라든지, 저 자신의 울타리만을 고수하는 그런 생각은 저 자신부터 버릴 생각"이라며 본인의 험지 출마설에도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지난달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험지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원 장관이 이번엔 당내 민감 사안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본인의 '총선역할론'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당시 원 장관을 두고 "힘이 된다"며 당내 혁신과 관련한 원 장관의 역할을 부각한 바 있다. 국민의힘 오신환 혁신위원 또한 지난달 2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 장관의 험지 출마 시사 발언을 언급, 해당 행보가 "당에도 전파가 돼서 저희들이 정중하게 요청하는 험지 출마나 희생에 대해 당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수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에 출마할 생각인가' 묻는 질문엔 "(총선 출마와 관련) 특정 지역이나 특정 형태를 지금 정해놓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당에서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있나' 묻는 질문에도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전날인 4일 전광훈 목사의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앞으로 제가 해야 될 일을 하겠다. 뭐냐 하면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지역구 출마 의사를 재강조한 것이란 풀이가 나왔다.

원 장관은 '전광훈 집회'에 참석한 취지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내용으로 (행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고 갔다"며 집회 참석 요청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지 전 목사로부터 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아니라고 했다. "저의 시선은 어떻게 보면 보다 중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보수통합 대상에 전광훈 목사도 포함된 것인가' 묻는 질문에도 "전혀 아니"라고 일축하는 등 이른바 '극우논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전세사기 특별법 현황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원 장관은 민주당 측 위원들이 본인 장관 재임 당시 제기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다시 지적하자 "역사에 (야당이) 정쟁으로 발목 잡았던 일로 평가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원 장관은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008년부터 추진돼 왔던 건설사업이 (원 장관의 백지화 발언) 이후에 올 스톱 됐다. 한참을 지나서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표현을 바꾸셨지만 지금 상태에선 원안으로 갈 수도 없고 변경안으로 갈 수도 없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자 "제가 장관 제가 취임하기도 전에 실무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변경을 윤석열 정권의 외압 의혹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상식적이지가 않다. 근거도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장관님이 모르는 사이에도 그렇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저희가 국정감사나 상임위를 통해서 밝힌 내용들을 보면 분명히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하자 원 장관은 "이제 원희룡 장관은 아무 관여도 안 하고 아무 것도 몰랐는데 누군가 비밀집단들이 이것을 의혹을 특혜를 주기 위해서 외압을 했다, (이렇게) 또 새로운 의혹을 제시하는 건가"라고 받아쳤다.

홍 위원이 다시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이렇다', 하고 얼마든지 설명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거치지 않고 바로 백지화 선언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고 지적하자 원 장관은 "외압에 대한 단 한 점의 실마리도 제기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정치공방으로 끌고 가는 민주당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응수했다.

이날 민주당 측 위원들은 원 장관을 겨냥해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외압의혹 △화물기사 안전운임제 약속 파기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소극대처 등을 제기, 원 장관의 정계복귀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 같은 야당 측 공세에 대해 "주장 잘 들었지만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쟁이 계속되면, 결국 역사에 (민주당이) 정쟁으로 발목 잡았던 것으로 나중에 우리 후세들은 명명백백히 평가할 거라고 생각한다고"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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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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