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극단화한 대결정치

야당·노동계 반발 속 법안 폐기 수순…이재명 "헌정질서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및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핵심으로 한다. 방송 3법은 MBC, KBS, EBS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원을 늘리고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취지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파업 조장법, 방송3법은 '좌파 영구장악법'이라고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야당 의석만으로는 사실상 통과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야당의 일방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쟁점법안이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생산성 없는 대결 정치를 극단화한 여야의 상호 비방이 거칠어질 전망이다.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며 "이러면 노동조합이 어떠한 사안이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독 노조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 총리는 방송 3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또한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후 '거부권 남발 규탄대회'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 사전 규탄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방송3법과 노조법 개정은 우리 국민들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는 법안"이라며 "행정부 수반이 다반사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 이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권한도 국민의 뜻에 맞게 헌법정신을 존중해서 행사해야 한다"며 "그런데 방송 장악을 위해서, 정권의 무능과 독주를 감추기 위해서 국회가 의결한 방송3법과 노조법을 이렇게 함부로 내팽개쳐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그는 "'국민이 늘 옳다'고 말씀하시던 대통령은 대체 어디에 계신 것이냐"며 "오늘은 헌정질서를 훼손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오늘 또다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유린됐다"며 "대통령은 거부권 남발로 국민의 인권과 노동자의 정당하게 일할 권리 그리고 공정한 언론의 자유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제가 지난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상임위원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 '국회를 존중해달라', '야당과 협치를 해달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부권 남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하지만 역시 그 얘기를 대통령께서는 흘려들었다"고 꼬집었다.

홍 원내대표는 "방송법은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노조법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부당한 손배소로 노동자와 한 가정의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막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를 또다시 외면했다. 참 비정한 정권이고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위헌적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가 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법사위에서 심리 중인 법안이었는데 해당 상임위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본회의에 직권상정됐던 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재의요구가 너무 잦다'는 지적에 "재의요구를 많이 하게 하기 위해서 야당이 일방적인 강행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민주당이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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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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