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고영표 배출' 화순고 야구부 해체 수순 밟나?

3학년 졸업하면 선수 6명 뿐…존폐 놓고 고민중

프로야구 선수 김선빈·고영표 등을 배출한 전남 화순고 야구부가 해체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2년 전국에서 드물게 군 단위 지역에서 창단한 화순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4강에도 오르는 등 그동안 저력을 과시해 왔지만 현재는 대회 출전 선수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선수 수급에 한계를 느끼며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

2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화순고 야구부는 곧 3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선수는 2학년 5명, 1학년 1명 등 6명에 불과하다.

▲화순군 동면에 위치한 화순광업소 운동장. 이곳을 화순고 야구부들이 훈련장으로 쓰고 있으나 26일 현장은 텅 비어 있었다.2023.11.26ⓒ프레시안

11월에만 1·2학년 야구부 선수 가운데 8명이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올해 호남지역 리그전에서 3위까지 올라 대통령배 대회까지 출전했지만 3학년 선수들이 대학진학이나 프로 입단을 한 명도 못한 결과가 선수들 이탈로 빚어졌다.

계속 야구를 하고 성장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화순고 야구부에 남아있기 보다는 전학시 받는 수개월의 출전정지 패널티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학교를 옮긴 셈이다.

화순고에는 내년에 10명 정도의 신입생이 입학할 예정이나, 타 지역에서 화순중으로 전학온 이들이 4명이 포함됐다. 관련 규정에 따라 이들은 1년 동안 대회 출전 제한을 받는다.

야구는 9명이 하는 경기로, 출전 제한을 받는 학생을 제외하고 수치상 12명이 출전 가능하나 백업투수 요원이나 교체선수 등의 자원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화순고는 내년에 대회 출전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구부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최근 2차례 회의를 갖고 야구부 존폐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3가지 방안이 오갔다.

첫째는 야구부 해단이다. 당장 해단하고 학생들이 전학을 가면 해당 학교에서 동계훈련을 같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야구부 지속을 원하는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현 상태로 내년 2월까지 야구부를 지속한 후 3월에 출전 제한 패널티를 안고 있는 신입생들을 구제하는 방안이다. 그러면 대회 출전 가능한 숫자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

셋째는 회계·운영 등에서 학교의 간섭 등이 줄어드는 연계형 스포츠 클럽 전환 방안이다. 그러나 서류 절차상 3월 말에나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

▲화순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조만간 이 3가지 안을 놓고 또 다시 총회를 갖기로 했으나 쉽사리 결론은 나지 않을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구부 감독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강대인 화순고 교장은 "현재 야구부 예산도 부족한 실정에서 이 숫자 가지고는 동계훈련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올해는 유니폼도 못 사줬는데,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부담만 가중 시키는 꼴"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가면 당장 주전으로 뛰지는 못하겠지만, 학교에 남아 있다 한들 대회 출전이라도 할 수 있겠냐"면서 "야구부 존폐 결정은 전적으로 학부모들의 결정에 따를 방침이지만, 학교장 입장에선 해단이 나은 방안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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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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